옛 사극을 보면 임금이 내린 사약을 죄인이 받아 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몰입하면 감정이입이 되어 또 한 명 맥없이 가는구나 하고 서글퍼질 때도 있습니다. 사약(賜藥. 줄 사 약 약)입니다. 주는 약, 내리는 약, 하사하는 약이지요. 먹으면 죽으니까 사약(死藥)이라고들 오해하는 그 낱말 맞습니다. 왕족이나 사대부가 죽을죄를 범했을 때 임금이 내리는 독약은 '賜藥'임을 기억합니다. 이 사약은 그 약을 내리는 행위를 뜻하기도 합니다. <"이하전이 역모를 하던 것이 발각되었사와 사약을 하였다 하옵니다." 내시가 들어와서 이 보고를 올릴 때는…>(김동인/운현궁의 봄)이 용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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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 캡처
노점도 사약처럼 한자를 오해하기 쉬운 대표 낱말입니다. 길가에서 영업하는 점포이니까 노점(路店. 길 로 가게 점)이겠거니 하지만 아닙니다. 노천(露天)에서 하는 점포라 하여 '露店(이슬 로 -)'으로 씁니다. '길가의 한데에 물건을 벌여 놓고 장사하는 곳'이라는 노점에 대한 사전의 정의가 힌트입니다. 사방·상하를 덮거나 가리지 아니한 곳, 곧 집채의 바깥을 일컫는 노천은 한데이고 한데는 노천입니다. '露'에는 드러낸다는 뜻도 있습니다. 노천은 하늘을 드러내는 것이니 한데일까요? 노골(露骨. 숨김없이 모두 있는 그대로 드러냄), 노면(露眠. 한데서 잠을 잠), 풍찬노숙(風餐露宿. 바람과 이슬을 맞으며 한데서 먹고 잠잔다)에서도 露를 봅니다. 그렇다면 노포 할 때 '노'는요?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 老鋪(늙을 로 가게 포)입니다. 노포는 곧 연륜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강재형, 『강재형의 말글살이』, 기쁜하늘, 2018
2.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
3.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1월10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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