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인공지능(AI)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게임 개발은 물론 패션·로봇 등 분야로 적용 영역을 확대하며 ‘AI 테크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그동안 쌓은 방대한 게임 데이터를 AI에 접목해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활용 범위 넓히는 게임사들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AI 전문 자회사 NC AI는 이달 말 3차원(3D) 모델 자동 생성 도구인 ‘바르코 3D’ 베타 버전을 일반에 공개한다. NC AI 관계자는 “향후 정식 출시에 맞춰 유료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2023년 국내 게임사 최초로 대규모언어모델(LLM) ‘바르코’를 개발했다. 지난 2월 AI 개발과 상품화를 전담하는 NC AI를 분사해 패션·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상품 이미지를 자동 생성하는 ‘바르코 아트 패션’은 현재 국내 주요 패션기업 10곳에 도입돼 신상품 개발 주기를 절반으로 단축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디어 기업에는 콘텐츠 자동 제작 엔진 등을 제공 중이다.
넥슨은 AI로 게임 개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열린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25)에서 공개한 ‘게임 흥행 예측 AI’는 신작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한다. 오진욱 넥슨 인텔리전스랩스그룹 팀장은 “흥행성은 있지만 주목받지 못한 게임을 AI로 발굴할 수 있다면 도전적인 게임 개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 따르면 지난해 스팀에 등록된 게임 중 84%가 판매량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크래프톤은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를 개발하고 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올 4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휴머노이드 협력을 논의했다. 앞서 두 회사는 게임 내 AI 캐릭터 기술을 공동 개발했는데, 크래프톤은 이를 로봇 두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5월 피지컬 AI팀을 신설했다.
◇게임산업 둔화에 AI로 시야 넓혀
국내 게임사들이 AI 기술 확장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게임 시장의 침체다. 게임 시장 성장률은 개발비 증가와 흥행작 부재의 영향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게임 이용률은 지난해 59.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사는 고객의 여가 시간을 차지하기 위해 유튜브와도 경쟁해야 하는데 녹록지 않다”며 게임 이용률 감소 요인을 분석했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는 NDC25에서 게임산업 위협 요인으로 유튜브 등 비게임 앱의 확장을 첫 번째로 꼽았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국내 1인당 하루 평균 유튜브 시청 시간은 140분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AI가 게임사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기술력 덕분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 플레이 패턴 등 방대하고 다양한 데이터는 AI를 학습시키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말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국내 주요 게임사는 오랜 기간 데이터와 기술 역량을 쌓아왔다”며 “AI산업으로 확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