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무선이어폰 시대, 귀의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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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무선이어폰 시대, 귀의 안전

며칠 전 외래에 온 한 모녀. 이어폰을 오래 끼고 있는 딸을 걱정해 병원을 찾은 어머니와 하루 종일 이어폰을 사용하는 게 익숙하지만 최근 이명이 생겼다고 말하는 고등학생 딸이었다.

“얘가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온종일 이어폰을 끼고 있어요. 귀가 괜찮을 리가 없지 않을까요?” “공부할 땐 집중되고, 지하철에선 조용하고…그냥 익숙해서요.”

청력검사는 다행히 정상이었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이어폰 사용 습관을 점검해보자고 권유했다. 그 짧은 대화 속에서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귀의 삶’은 세대마다 참 다르다는 걸 느꼈다.

지하철, 거리, 사무실, 헬스장까지…. 요즘은 어디에서든 이어폰을 낀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블루투스 이어폰은 MZ세대의 일상 필수품이 됐다. 음악을 듣고, 통화하고,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귀를 통해’ 보내는 것이다. 특히 MZ세대에게 블루투스 이어폰은 ‘외부 세계와의 적당한 거리두기’를 가능하게 해주는 필수템이 돼버렸다.

이어폰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이 늘었지만, 청력 건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외래에서는 “귀가 먹먹하다” “이명이 생겼다”고 호소하는 젊은 환자가 늘었다. 대부분은 청력검사상 문제가 없지만, 장시간 이어폰 사용으로 인한 ‘청각 피로’는 분명 존재한다.

귀는 생각보다 섬세한 기관이다. 특히 달팽이관 안 청신경 세포는 외부 자극에 민감하고 한 번 손상되면 자연 회복이 어렵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반복적인 자극이 누적되면 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참여한 2022년 BMJ글로벌헬스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12~34세 인구 중 10억 명 이상이 불건전한 청취 습관으로 청력 손실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활 속 깊이 들어와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버릴 순 없는 노릇이다. 다만 ‘사용 습관’을 점검할 필요는 있다. 부득이 수시간 이상 이어폰을 사용해야 한다면 한두 시간 정도는 착용하지 않는 ‘무음’ 상태로 귀를 쉬게 해주는 것이 좋다.

우리 몸이 휴식을 필요로 하듯, 귀도 휴식이 필요하다. 귀는 수면 중에도 계속해서 소리를 감지하고 그 정보를 뇌로 전달한다. 이는 자는 동안 외부 위험을 감지하기 위한 생존 메커니즘의 결과다. 그러나 이런 특성 때문에 우리의 청각은 다른 감각 기관에 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인생도 그렇지만, 청력도 ‘여백’이 있어야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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