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선수' 아니라는 축구협회 입장과 배치돼 커지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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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국제축구연맹(FIFA)이 프로축구 광주FC에 보낸 징계결정문에 불이행 시 한국의 FIFA 주관 대회 참가 자격 상실, 즉 월드컵 출전 금지 가능성이 언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광주의 아사니 연대기여금 미납에 대한 FIFA 징계위원회 결정문을 보면 해당 징계는 대한축구협회나 FIFA에 의해 국내 및 국제 차원에서 자동으로 즉시 시행된다고 규정돼 있다.
징계위는 그러면서 "피청구인 소속 협회(대한축구협회)는 이 결정을 이행하고 국내 차원에서 등록 금지 조치가 이행됐다는 증거를 FIFA에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잠재적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징계위는 잠재적 제재의 예로 'FIFA 대회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FIFA 대회란 FIFA는 물론이고 아시아축구연맹(AFC) 등 산하 대륙 연맹체에서 주관하는 대회를 포함한 모든 축구 국제대회를 일컫는다. 당연히 월드컵도 여기에 포함된다.
즉, 광주가 선수 등록 금지 징계를 이행했다는 점을 축구협회가 FIFA에 보고하지 않으면 월드컵 출전이 금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FIFA의 경고 내용과 축구협회가 이번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방향은 배치되는 모양새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축구협회는 이번 사태를 "고의성이 없는 행정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규정하면서 해당 징계가 내려진 뒤 광주가 등록한 선수들을 '무자격 선수'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 선수들이 그대로 K리그1 경기를 뛰도록 하고 FIFA와 소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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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징계결정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FIFA 징계위는 이번 징계가 별도의 추가 판단 없이 '자동적'으로 '즉시' 시행된다고 못 박았다. 게다가 징계가 제대로 이행했는지 보고할 의무까지 축구협회에 부여했다.
축구협회는 FIFA가 광주를 징계한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데다 징계 기간 선수 등록을 버젓이 받아주기까지 했다. 따라서 징계가 이행됐는지 FIFA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FIFA 징계결정문을 있는 그대로 해석한다면, 당장 FIFA가 축구협회에 '월드컵 출전 금지' 징계를 내려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FIFA가 내리는 징계에 주관 대회 참가 제외를 언급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참가 제외 문구가 의례적인 의미만 갖는 것은 아니다. FIFA가 실제로 월드컵 출전을 금지했거나 그 직전까지 간 사례가 적잖다.
이번 광주 사태와 비슷한 건 스위스 구단 시옹의 사례다.
2011년 시옹은 FIFA로부터 1년간 선수 영입 금지 징계를 받고도 이 기간 계약한 선수 5명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플레이오프 경기에 내보냈다.
상대 팀은 당시 기성용과 차두리가 활약하던 스코틀랜드 셀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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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셀틱은 1, 2차전 합계 1-3으로 졌지만, 시옹이 무자격 선수를 출전시켰다며 UEFA에 이의제기했고, 결국 본선 출전 자격은 셀틱 차지가 됐다.
시옹은 이에 반발해 UEFA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고 승소까지 했지만, FIFA는 스위스축구협회에 시옹을 제재하지 않으면 월드컵 등 국제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결국 스위스축구협회가 시옹의 자국 리그 승점을 36이나 삭감하는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시옹 사태는 이번 광주 사태와 세부 내용에서는 다른 부분이 있지만, FIFA가 선수 등록 금지 징계를 구단이나 해당국 축구협회가 이행하지 않는 것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알려준다는 점에서 대한축구협회가 참고할 만한 사례다.
한편 광주 구단은 사과문을 내고 "'아사니 선수 연대기여금 미납 및 FIFA 징계 미인지' 사안과 관련해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팬 여러분과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공백에 대한 부분을 엄중하게 판단하고 있으며, 책임 있는 자세로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고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겠다. 철저한 원인 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밝히고 향후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ah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22일 13시48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