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힘내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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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힘내라 사장

쓰레기가 줄었다고?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불황의 광풍으로 문 닫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증가 일변도이던 생활 쓰레기 양마저 줄었단다. 보고서 속 숫자로 새겨진 자영업자의 암담한 현실을 확인하니 마음이 스산해졌다.

7년 전 나도 저 현장에 있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나는 동생이 운영하던 양식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을 자처했다. 남는 시간을 이용해 소일거리라도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현장에 투입된 나는 ‘회사 밖은 지옥’이란 말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됐다. 자영업의 세상은 매일이 치열한 생존게임이었다. 일이 많아 몸이 힘든 건 차라리 나았다. 장사하는 사람에겐 하루가 지루해지는 순간이 진짜 큰일이었다. 때마다 날아오는 임차료, 인건비, 세금, 공공요금 청구서가 얼마나 큰 공포인지. 상인들 사정은 아랑곳없이 무작정 던진 정책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상인이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물론 1년여의 경험으로 자영업에 대해 모두 깨우친 듯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그 1년의 경험을 하고 다시 서울시의회에 입성한 나는 이전의 나와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더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소상공인 관련 의안을 살피고, 현장에 미칠 구체적 파장을 먼저 생각했다.

소환될 때마다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의제에 우리 의회가 과감히 뛰어든 것도 그런 이유였다. 우리는 외국계 플랫폼 기업이 국내 유통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기존 조례에 발 묶여 있는 수많은 이들을 떠올렸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주변 상권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엉뚱한 곳이 반사이익을 얻는 현실을 검증했다. 그렇게 다시 모두의 중지를 모아 조례상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공휴일 우선’에서 ‘이해당사자 간 합의 결정’ 사항으로 변경했다. 12년 만의 결실이었다.

의장 취임 후 처음 맞은 ‘예산의 시간’. 나는 ‘의회는 예산 삭감만 할 수 있다’는 관행을 거부했다. 한창 특수를 누려야 할 연말연시, 가게 불을 끄고 문을 닫아야 했던 이들의 그 마음에 ‘관행’이라며 비수를 꽂을 수는 없었다. 소상공인 지원 예산을 증액했다. 당초 예산안에 없던, 현장의 요구를 예산 항목에 추가했다. 그렇게 자영업자를 살리는 예산은 관행과의 싸움을 통해 완성됐다.

나는 안다. 자영업이 인생의 막다른 길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 아니라는 걸. 서울의 155만 소상공인과 그들에게 딸린 가족 및 종업원, 또 종업원의 가족까지 서울 인구의 4분의 1을 족히 먹여 살리는 일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고귀한 과제를 맡아 분투하는 이들을 응원한다. 서울을 먹여 살리는 사장님들아, 모쪼록 힘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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