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놨다. 일본 아베 내각과 기시다 내각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밸류업 지수까지 만들어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했지만, 다 알다시피 체감할 정도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본을 벤치마킹했다고는 하나, 놓친 것이 있다. ‘주식 보상’ 확대다. 일본 정부는 기업의 성장은 임원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2015년 ‘일본재흥전략’을 채택하고, 기업 임원에게 “공격적인 경영(攻めの経営)”을 주문했다.
주문한다고 다 되겠나, 당근이 있어야지. 일본 정부는 먼저 회사법과 세법을 개정해 주식 보상을 촉진하기 위한 환경을 정비했다. 2019년 회사법 개정에서는 이사와 집행임원의 보수로 부여할 주식을 발행할 때 신주 발행 및 자기주식 처분에 관한 회사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세법에서도 기존 금전형 고정보수만 손금산입하던 것을 성과연동 주식보수도 손금산입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니 양도제한부주식(RSU·restricted stock unit) 보급이 급속히 확산했다. 소니, 올림푸스, 라쿠텐 등 주요 기업이 RSU를 도입했다. 소니는 사외이사에게까지 RSU를 부여한다. RSU는 특정 조건 충족이나 일정 기간 만료 때까지 주식 소유(양도)권이 제한되는 단위(유닛)를 임직원에게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보수의 일부는 현금으로, 나머지는 RSU로 지급하며 그 비율은 기업 사정에 따라 적절히 정할 수 있다.
RSU의 원조는 미국이다. 미국 기업들이 주식 보상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시기는 대략 2001년께다. 미국 빅테크인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은 매년 경영진뿐 아니라 직원에게도 자사주를 폭넓게 배분하고 있다. 애플의 2019년 시가총액이 1000조원일 때 8조300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직원들에게 부여했다. 엔비디아도 대략 2020년부터 RSU를 부여하기 시작해 인재 유치, 이직률 절반(5.3%에서 2.7%로) 감소, 기업가치 상승(지난 5년간 엔비디아 주가 3776% 상승), 현금 유출 최소화 등의 효과를 거뒀다.
한화가 시작했고 삼성이 뒤따르면서 RSU 제도는 한국에서도 이제 낯설지 않다. RSU는 일정 기간(5~10년)이 지나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배당금 청구권과 의결권이 없다. 일각에서 이를 편법적 기업 승계라고 매도하는 것은 억지다. 부여 주식 자체가 발행주식 총수에 비하면 미미한데, 지배주주인 임원에게는 반드시 현금 보상을 해줘야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차별적 특혜다. 젠슨 황도 2022년 300억달러 상당의 RSU를 지급받은 바 있다.
회사의 미래를 책임진 임원이 회사 주식을 상당량 보유하면 그가 퇴직할 때쯤이면 그 주식의 시가가 올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빈손으로 회사 문을 나선다. 회사의 운명과 임원의 미래를 일치시킨 것이 RSU다. 임원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금으로 연봉을 받으면 그 액수에 따라 최고 45%의 국세와 4.5%의 지방세를 합해 49.5%의 근로소득세를 납부해야 하지만 RSU는 제도 설계에 따라 25%의 세금 납부만으로 취득할 수 있다. 다만, 직원은 RSU를 싫어하기도 해서 직원에게까지 강요할 것은 아니다.
밸류업을 한다면서 기업에 부담만 잔뜩 안기지 않았나 되돌아볼 때다. 더욱 혁신적인 인센티브 시스템을 설계하고 시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세상에 경제적 보상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성과에 따라 공정한 보상이 이뤄질 때 기업과 구성원 모두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