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동물 관련 국제적 민원이 증가했다. 청와대에 보낸 동물보호 단체의 항의 서한이 돌고 돌아 내 책상 위에 수북이 쌓였다. 개고기를 둘러싼 갈등이었다. 프랑스는 그런 우리와 정반대였다. 20년 전 프랑스어 문맹 상태에서 해외 파견을 준비하려 읽었던 문화안내서엔 ‘파리는 개똥(Merde) 천국’이란 익살로 가득했다. 하지만 한때 장난감처럼 여기던 반려동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 수준은 이후 빠르게 변했다. 수년의 준비를 거쳐 내년 2월이면 개고기 식용 종식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10월 4일을 동물보호의 날, 일명 ‘천사 데이’로 지정해 반려 문화축제를 연다.
동물뿐 아니라 흙을 통한 도시농업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영국은 지방자치단체가 난민 신청자, 약물 중독자 등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시 소유 공동체 텃밭을 분양해 준다. 이후 복지 담당자가 수시로 방문해 이웃과 관계가 원만한지, 작물은 잘 가꾸는지 등을 확인한다. 대부분 유럽 도시는 외곽에 농장을 조성해 시민의 텃밭 가꾸기가 일상화돼 있다. 오래전부터 귀족은 자연에서 무료한 일상 속 재미를 느끼고 삶을 재충전했다. 지금도 베르사유 궁에 가면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농장과 온실을 볼 수 있다.
채집과 사냥, 야생의 흔적은 인류 공통의 유전자(DNA)다. 낚시와 등산, 러닝 열풍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정보기술(IT)과 사이버 세상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자연체험조차도 가상 세계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휴대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빠져 자연과는 단절된 청소년기를 보내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고향이 시골이고 자연에서 뛰놀며 호연지기를 키운 옛 세대의 기우였으면 좋겠다. 물론 그 세대 역시 도시의 편리함, 익숙함과 결별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아파트 안에서 가능한 반려동물과 식물 재배가 관심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지난해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세종시 유관기관과 도시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여기서 생산한 농산물로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과 함께 김장 김치를 담가 취약계층에 전달했다. 올해부터는 더 많은 공공기관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차원에서 도시농업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유럽에선 말과 정서적 유대를 통해 일상 회복을 돕는 치유 승마, 동물 혹은 식물 매개 치유 농업 등이 발달해 있다. 자연 치유 산업 현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가 중 일부는 본인이 자폐증이나 사회 적응에 애로를 경험한 이들이다. 몇 해 전 지하철 역사 스마트팜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 가정을 만났다. 출근하는 아이의 뒷모습에 눈물을 흘렸다는 사연이 가슴에 오래 남아 있다. 남보다 감각이 섬세한 아이들이 동식물과 만나 특별한 교감 능력을 발휘하곤 한다. 디지털과 인공지능(AI) 시대를 지나면서 생명은 생명 속에서 치유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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