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호르무즈, 美와 무관"…더 다급해진 에너지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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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01 17:41 수정2026.04.01 17:41 지면A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해협과 관련, “미국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2~3주 이내라는 구체적인 대(對)이란전 종전 시점을 거론한 자리에서 막상 전후 처리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듯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글로벌 원유 공급의 사활이 걸린 문제에서 미국이 한 발 빼는 태도를 취하면서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혼란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종전 여부와 관계없이 에너지 공급난이 심화하는 최악의 위기에 대비할 필요도 커졌다.

미국은 인명 피해 확대를 우려한 탓인지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푸는 데 줄곧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란의 해협 통제권도 사실상 용인했다. 해협 이용 국가에 파병을 요구하는 등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가 가서 직접 열면 된다’는 태도였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나 다른 나라가 석유와 가스를 원한다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직접 그곳에 가면 된다. 그들은 스스로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불개입’ 의사를 분명히 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부른 페르시아만의 긴장은 외견상 완화하는 모습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분쟁을 끝낼 의지가 있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이른 시점(very soon)’에 미군이 철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종전이 곧바로 에너지 공급망 정상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근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징수안을 승인하는 등 항행의 자유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이 해협의 안전 확보를 마무리하지 않은 채 종전을 선언하면 힘의 공백이 발생한 ‘초크포인트’는 자칫 혼란이 가득한 각자도생의 각축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우리는 원유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나프타와 헬륨가스, 질소 등 산업용 원자재 상당수도 중동에 의존한다. 호르무즈해협 전황에 따라 주가지수와 환율이 요동치는 이유다. 이런 ‘생명줄’을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해선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서 모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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