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슈퍼 히어로 레시피'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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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슈퍼 히어로 레시피' 열풍

주사를 맞거나 알약을 삼키는 것만으로 슈퍼 히어로 같은 몸을 만들 수 있을까. 미국에서 신약 연구용 ‘펩타이드(peptide)’ 물질의 음성적인 유통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펩타이드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성분으로 주목받는 물질이다. 아미노산 2~50개를 연결한 사슬로 우리 몸에 신호를 전달해 대사와 성장, 회복을 조절한다.

최근 화제를 모으는 물질은 이른바 ‘울버린 스택(stack·조합)’이다. 몇 종류의 펩타이드를 조합해 생성한 이 물질을 놓고 보디빌딩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구매 경로를 묻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충분한 임상 전 단계인데도 ‘빠른 근섬유 회복을 돕는다’는 입소문이 퍼진 결과다.

이런 위험한 유행을 부추기는 동력 중 하나는 최근 다양한 임상에서 드러난 펩타이드 신약 후보물질의 잠재력이다. 차세대 제약 기술이 인간의 신체까지 원하는 대로 바꿔줄 것이라는 기대에 시장이 먼저 들썩이기 시작한 것이다.

펩타이드 신약 르네상스

펩타이드 기반 의약품은 1922년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 등장 후 상업적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위고비 승인이 펩타이드 치료 접근법(모달리티)의 르네상스를 촉발했다.

부활을 이끈 일등 공신은 약물전달기술(DDS) 발전이다. 펩타이드는 체내에서 쉽게 녹아 없어지는 게 최대 약점이다. 최신 약물전달기술은 몸속 분해를 늦추고 작용 시간을 늘리는 혁신으로 이런 한계를 하나둘 무너뜨렸다.

강력한 잠재력을 확인한 제약·바이오업계는 연구개발(R&D)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FDA는 지금까지 약 100개 펩타이드 치료제를 승인했고, 수백 개 후보물질이 인간 임상시험 절차를 밟고 있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펩타이드 치료제 시장은 올해 1460억달러(약 220조원)에서 2034년까지 연평균 11%씩 커질 전망이다. 비만약을 넘어 미용과 건강관리 시장까지 아우르는 신약이 나온다면 성장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K바이오 도약 기회 삼아야

펩타이드 열풍에 휩싸인 미국과 달리 국내 현장에선 약값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한창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6일 제네릭(복제약) 가격을 현행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5%로 낮추는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목적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다. 제네릭에 치우친 제약 구조 혁신을 촉진한다는 취지도 내세웠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명분이라는 비판이 많다. 일부 제약사는 벌써부터 수익성 악화로 R&D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 내몰렸다고 토로한다.

펩타이드가 촉발한 기술 급변은 국내 산업에도 커다란 기회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혁신은 타성에 젖은 기업의 돈줄을 죈다고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적기에 자금을 지원해 돈의 흐름을 바꿔야 급물살을 탄다.

국내 기업은 그동안 약물전달기술 등 신약 개발 플랫폼 고도화에 과감하게 투자해왔다. 이 덕분에 작년 기술 수출은 21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해지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과감한 민간 투자와 기민한 정부 지원의 조합은 산업 근육을 키우는 검증된 ‘슈퍼 히어로 레시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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