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비빔밥과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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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비빔밥과 통합

지금 국회에 의석을 가진 정당은 몇 개일까. 많은 분이 파란색과 빨간색 두 개 정당만 떠올리지만 현재 국회에 의석을 보유한 정당은 (무소속 의원을 제외하고) 무려 7개다.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권력의 원천은 국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민이 직접 국가권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정당은 정치적 의사 형성에서 국민과 국가를 잇는 중간매체 역할을 한다. 그런 정당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7개나 존재한다는 사실은 위성정당 등의 논쟁 여지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다양한 지향과 이상을 지닌 다원적 민주주의 사회에 이르렀음을 방증한다.

필자가 속한 정당은 국회에 3석의 의석을 보유했다. 지난 총선 때도 ‘개혁신당’ 이름을 아는 유권자를 만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필자의 가족들조차 친구, 지인에게 정당 이름을 말하면 “모르겠다”는 대답은 양반이오, “그런 정당이 어디 있어”라는 답변까지 들어봤다고 한다.

민주주의의 정수는 견제와 균형이다. 민주 공동체는 다수결 원리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관철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수에 대한 보호와 충분한 숙의가 전제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정치는 야당의 존속과 견제 기능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왠지 법학과 학부 시절 헌법 수업이 떠오르는 대의제 민주주의 이야기를 이 지면을 통해 하게 된 계기는 바로 이번주, 우리 사회가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은 당선 당일 국회에서 선서를 마친 뒤 국회의장 그리고 원내 각 정당 대표들과 함께 오찬을 했다. 정치 지형이 양극화된 상황에서 당선된 대통령인 만큼 통합과 협치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하고자 메뉴는 비빔밥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필자는 현재 개혁신당 원내대표이자 당 대표 권한대행을 겸하고 있어 제21대 대통령과 함께 국회에서 비빔밥 오찬을 했다. 비빔밥을 야무지게 비비는 데는 일가견이 있기에 오찬은 맛있게 즐겼지만 머릿속엔 한줄기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 압도적 의석수를 점한 정당에서 제21대 대통령이 배출됐기에 여당과 국회 제1당이 한 정당이 됐다.

우리 헌정사에서 거대 여당이 출현한 경우 왕왕 ‘여당 독주’ 문제가 불거졌다. 권력구조 편성이란 권력을 가진 자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치우쳐 버린 권력의 추 앞에 걱정이 앞서는 건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와 우리 사회의 다원성을 위해서라도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톡톡히 해야 한다는 결의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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