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활기 찾은 韓증시…외국인 자금 유입 지속되려면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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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활기 찾은 韓증시…외국인 자금 유입 지속되려면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국민주권정부 출범 후 주가지수 상승 속도가 주요 국가 중 가장 빠르다. 금융위기가 마무리되면서 급등세를 탄 2010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일등 공신은 외국인이다. 이달 4일 이후 외국인 자금은 3조원 가까이 들어왔다.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며 미국과 중국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까지 회귀할 조짐이다. 해외로 나간 기업이 돌아오는 리쇼어링과 비슷한 ‘리플럭스(reflux)’ 현상이다.

외국인이 포트폴리오 지위상 신흥국에 속하는 한국 증시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저평가 여부다. 한국 증시는 주가수익비율(PER) 11배 내외다. 선진국 평균 21배, 신흥국 평균 15배에 비해 훨씬 낮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9배다. 선진국 평균 3.5배, 신흥국 평균 1.8배보다 낮다. 저평가 매력이 높다는 의미다.

다음으로 보는 것이 환차익 기대다. 이번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기 직전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움직였다.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적정선으로 여기는 1250원보다 150원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확률이 낮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한국 증시에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이었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다. 저평가와 환차익을 겨냥한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기 위해선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개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초기 외국인 자금은 거품 우려와 함께 갑자기 이탈하는 ‘서든 스톱(sudden stop)’을 일으킬 수 있다.

모처럼 활기 찾은 韓증시…외국인 자금 유입 지속되려면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우리 경제는 체감적으로 외환위기보다 안 좋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0.2%였다. 대부분 예측 기관은 올해 성장률을 0.8% 내외로 내려 잡고 있다. 한국은행이 추정하는 잠재성장률(1.8%)을 1%포인트 밑도는 수준이다. 오쿤의 법칙상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디플레이션 갭에 해당한다.

경기를 가장 신속하게 부양할 수 있는 수단은 금융완화 조치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준(準)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 기준금리를 낮춰도 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 오히려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 이기주의 때문에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가 더 낮아져 통화 유통 속도와 통화승수가 떨어질 확률이 높다.

지금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정지출을 늘려야 할 때다. 입법 구조가 여대야소여서 정책 결정까지 행정(내부) 시차를 단축할 수 있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의 집행(외부) 시차를 고려하면 통화정책보다 더 짧다. 속도가 빨라지는 면은 있지만 국내총생산(GDP)에 대비한 국가채무비율이 50%대 초반이어서 추경 규모를 크게 가져가도 되는 여건이다.

어디에 쓸 것인지는 조정할 필요가 있다. 세출 항목별 승수효과를 보면 투자성 지출은 1.5배, 복지 지출은 0.5배, 지원금은 1배로 편차가 크다. 전략산업 육성, 노후화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에 쓰면 경기를 살릴 수 있지만 포퓰리즘 지출에 쓰면 경기를 더 위축시키는 ‘재정 긴축(fiscal stagflation)’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주권정부는 추경 규모를 20조원 이상으로 가져가되 전략산업 육성 등에 집중적으로 지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20조원 정도의 추경은 올해 성장률을 0.5%포인트 이상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증시가 주목받는 만큼 펀더멘털을 개선해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릴 수 있도록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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