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과학기술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규정하고 기술 주권 확보와 미래 산업 육성에 의지를 보인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방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실행력이다. 과학기술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과학기술 정책의 안정성과 장기적 안목, 현장 중심의 정책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연구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 그간에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연구개발(R&D) 정책이 제도 변화와 단기 성과주의에 흔들리며 연구자들의 도전 의식을 약화했다. 결과적으로 ‘안전한 과제’에 집중하게 됐고, 이는 과학기술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새로운 정부는 연구자를 중심에 두고 도전과 창의가 넘치는 연구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성과 기준을 다양화하며 실패를 포용하는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타 부처에 휘둘리지 않도록 그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 기반의 과학기술 혁신도 시급한 과제다. 기술집약적 산업 구조는 지역과의 연계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수도권에 인프라와 투자가 집중되고, 지역은 인력 유출과 산업 공동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를 비롯한 지역 과학기술원은 단순한 연구기관이 아니다. 과학기술원은 지역 산업과 대학, 공공기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혁신 플랫폼이자 기술의 사회 확산을 이끄는 거점 역할을 해왔다. 특히 지역 기업의 기술 애로를 해결하고, 고급 인재가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구조적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 이재명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역 과학기술 거점에 전략적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 각 지역이 자율적으로 과제와 예산을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첨단산업 시대를 대비한 미래 인재 양성도 시급하다.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은 융합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하며, 이는 단기 교육으로 길러지지 않는다. 대학과 과학기술원은 실험 기반 학습, 창업 연계 프로젝트, 국제 협업 등을 통해 ‘실전형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교육 혁신이 대학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유연한 규제 개선과 지속적인 재정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는 지금, 진정한 경쟁력은 자율성과 창의성이 살아 있는 연구 환경과 지역 기반의 지속가능한 혁신 구조에서 나온다. 과학기술이 미래 세대의 삶을 설계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연구자와 지역, 대학이 정책의 주체로 설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국내 과학기술계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믿음과 지원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