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가 자란 공원은 이름조차 없던 동네 공터였다. 미끄럼틀 하나, 작은 나무 그늘만 있어도 하루 종일 웃으며 뛰놀던 그 시절, 공원은 그저 삶의 일부였고, 자연은 곁에 있었다. 하지만 빠른 도시개발과 인구 밀집 속에서 사람들의 삶은 바빠지고 마음은 각박해졌다. 일상 속 여유는 사라졌고, 공원은 더 이상 단순한 쉼의 공간이 아니다. 시민들은 이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삶의 안식처로서의 공원을 원하고 있다.
몇 해 전, 지인에게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아버지를 걱정한 어머니는 맨발 걷기가 면역력에 좋다는 방송을 본 뒤, 매일 아버지 손을 잡고 공원으로 나갔다. 처음엔 동네 산책로였지만, 황톳길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는 일부러 발을 씻고 수건까지 챙기며 본격적으로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이게 뭐 대단한 거냐 싶었는데, 자꾸 걷다 보니 내가 살아 있는 기분이야”라고 하셨단다. 단순한 운동이 아닌,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는 이 이야기는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이처럼 몸이 먼저 기억하는 치유의 힘. 경기 과천에도 그런 길이 여섯 곳이나 있다. 특히 과천시 갈현동에 있는 에어드리공원은 2024년 가을, 14억원의 예산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도비 11억원을 확보해 조성한 이 공원은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라, 시민의 건강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내가 본 한 어르신은 매일 아침 그 길을 걸으며 “이 길이 약국보다 낫다”고 웃으셨다.
에어드리공원이 주는 가치는 그 이상이다. 숲속 모래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맨손으로 흙을 만지며 자연과 교감하고, 체육시설에서는 중년들이 땀 흘리며 다시 청춘을 꿈꾸고 있다. 특히 옆에 정보과학도서관과 연계된 ‘숲속 이야기 정원’은 나무 그늘 아래 책 한 권 펼치기 딱 좋은 공간이다. 한 번은 아이가 책을 읽다가 “엄마, 이 나무는 책 냄새가 나요”라고 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나는 ‘이게 진짜 공원이구나’ 싶었다.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 시간을 쌓아가는 곳. 그것이 바로 과천이 꿈꾸는 공원이다.
지금 에어드리공원은 과천 시민뿐 아니라 경기도 인근에서는 물론 서울에서까지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그만큼 마음이 쉬어 가는 공간은, 거리가 아니라 경험으로 다가온다는 뜻일 것이다.
과천시는 이제 지식정보타운 내 근린공원을 준비 중이다. 2025년 하반기 부분준공을 앞두고 입주민 연령대와 자녀들의 수요를 고려해 교육과 자연, 놀이와 휴식이 조화를 이루는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친환경 교육형 공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공원이 단순한 공간을 넘어 도시의 철학을 담는 시대다. 과천이 보여주는 변화는 단지 도시의 미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민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다. 그리고 나는 그 변화의 현장을 매일같이 걷는다. 맨발로, 가볍게, 그러나 깊이 있는 감동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