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사법의 무기화'

5 hours ago 1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Kimberley A. Strassel WSJ 칼럼니스트

트럼프의 '사법의 무기화'

정치라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다. 정치인은 자신만의 기술을 갈고닦는다. 최근 미국 정치권에선 ‘사법의 무기화’라는 기술이 유행하고 있다. 원래 이 기술을 먼저 도입한 건 민주당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기술을 더 정교하고 공격적으로 다듬고 있다.

민주당은 법을 활용한 정치 공격을 꽤 어설프게 했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 한 사람을 정치적으로 무력화시키려고 했다. ‘러시아와의 공모’ ‘폭동 선동’ 같은 충격적인 범죄 혐의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씌우려 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대부분 실패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한 이후 백악관은 민주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집요하게 상대 진영을 법으로 공격하고 있다. 수사 목록은 의회의 초대형 예산 법안만큼이나 길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잭 스미스 전 특별검사,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애덤 시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리사 쿡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 등. 이는 극히 일부다.

트럼프의 집요한 공격

트럼프의 공격은 같은 공화당 진영에서 자신을 비판한 인사에게도 향하고 있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마일스 테일러 전 국토안보부 고위 관리, 크리스토퍼 크레브스 전 사이버안보 및 인프라 보안국 국장도 포함돼 있다.

거창한 범죄 혐의를 억지로 만들어낼 필요도 없다. 일상적인 혐의로도 충분하다. 코미와 브레넌은 ‘연방 정부에 대한 위증’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시프, 제임스, 쿡은 좀처럼 기소되지 않는 ‘주택담보대출 서류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가장 독창적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혐의 제기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역시 지지층에 ‘먹잇감’을 던져주고 있지만, 동시에 혐의 제기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한다. 자신의 정책(쿡 이사에게 금리 인하 압박)을 따르게 하거나 특정 단체(언론사 위협)를 침묵시키려고 한다. 그는 법무부가 정치로부터 독립적이라는 최소한의 원칙도 버렸다. 법무부에 공개적으로 수사 지시를 내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혐의를 없애주는 것마저 권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뉴욕시장의 범죄 혐의를 무마해준 뒤 그를 정치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역대 미국 지도자는 자제했지만

트럼프의 이런 행동은 사실 자랑할 일이 전혀 아니다. 스스로 약속을 깨는 일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 민주당이 자신을 법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비난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절대 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이나 검찰이 조용히 조사하고, 범죄 여부를 진지하게 판단하는 건 잘못이 아니다. 일부 정치인은 주택담보대출 서류나 이메일을 꼼꼼하게 관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당연히 그들은 일반 시민보다 더 가벼운 사법적 잣대를 적용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특정인을 표적으로 삼고, 혐의와 수사 상황을 대중에게 떠들썩하게 알려서 상대를 압박하고, 양보를 받아내거나, 혐의를 방어하는 데 막대한 돈을 쓰게 만드는 순간 그것은 ‘사법의 무기화’가 된다.

미국의 역대 지도자들은 정치 행위를 범죄로 만들어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하면 끝없는 복수전이 시작될 위험성을 잘 이해하고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우리는 이미 나락에 도착했다.

원제 ‘Trump Triples Down on Lawfare’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