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 칼럼] 진짜 문화강국의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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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 칼럼] 진짜 문화강국의 전제조건

새 정부의 문화예술 분야 최종 목적지를 규정하는 키워드는 ‘문화강국’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123대 국정과제’ 중 문화예술 쪽 과제는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에 추구할 문화정책의 밑그림이다. K컬처 시대를 위한 콘텐츠 국가전략산업화 추진, 모든 국민이 누리고 세계인과 소통하는 K컬처, 자유로운 예술 창작 환경 조성, 미래지향적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구축 등이 핵심적인 전략과제로 설정돼 있다.

이와 같은 전략과제는 지식재산권(IP) 기반 콘텐츠산업 육성, K컬처 세계 확산 지원, 한류 연관 산업 연계 강화, K이니셔티브를 위한 국제 문화교류 강화 등 세부 실행 방안을 구축함으로써 실행력을 높인다는 구상이 함께 제시됐다. 한마디로 ‘5대 문화강국’에 진입하기 위한 장밋빛 청사진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 때의 ‘문화융성위원회’가 연상되긴 하지만, 가칭 ‘문화강국위원회’ 같은 조직을 별도로 만들기로 한 것은 글로벌 소프트파워로서 문화예술이 갖는 영향력을 정책 인프라를 통해 반영하려는 시도이자 문화강국 실현 컨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냉정하게 보자면 이재명 정부의 문화예술 분야 국정과제는 크게 새로운 것이 없다. 흔히 ‘문화산업’으로 포괄하는 대중예술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콘텐츠 미래전략펀드’ 같은 정책금융 10조원 공급, 지난 정부 때 예산 삭감 논란을 빚은 중소·독립영화 제작 지원 확대, 영상과 웹툰 글로벌 IP 콘텐츠 제작 및 해외 진출 지원 등이 눈에 띌 정도다. 순수예술 쪽은 문화재정을 늘리고 문화환경 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한 특별지원 신설, 청년 예술인 자산 형성을 위한 적립 계좌 지원 등이 그나마 신선하다.

이재명 정부가 문화강국을 문화예술 분야 국정과제의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은 적절하고 타당한 측면이 있다. K팝과 창작뮤지컬, 게임, 웹툰, 애니메이션 등 K컬처 콘텐츠의 국가전략산업화와 국민 문화예술 관람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과제 목표 설정의 당위성 역시 수긍할 만하지만, ‘진짜’ 문화강국의 조건으로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것은 몇 가지 관점에서 짚을 수 있다. 첫째, 대중예술(콘텐츠)과 순수예술 육성의 균형성 결여다. 우리나라 콘텐츠 위상과 위력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으나, 그렇다고 콘텐츠 강국이 곧 문화강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창작뮤지컬 ‘어쩌다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 수상 사례에서도 보듯 콘텐츠 원천 IP로서 순수예술 분야 지원 강화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문화재정 확대의 일환으로 문화예술진흥기금(문예기금) 재원 안정화 전략을 무게감 있게 제시해야 했지만, 전체적으로 콘텐츠산업 과제에 치중돼 있다. 둘째, K컬처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 예술인 지원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부실하다. 국립예술기관 청년 인턴십 강화나 적립 계좌 지원 등으로는 청년 예술인 육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래 문화강국을 실질적으로 이끌 주인공이 청년 예술인이라고 한다면, 정부의 체계적이고 공격적인 청년 예술인 육성 및 지원 정책이 후속 실행과제로 도출돼야 한다.

문화강국은 시기를 못 박아 놓고 무작정 달려가야 하는 정책적 목표가 아니다. 몇 개의 K콘텐츠 글로벌 성공으로 문화강국 대열에 올라섰다고 흥분하는 것도 과하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 탄탄한 구조적 토대하에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균형적으로 성장하는 나라, 문화예술인들이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도전을 멈추지 않는 나라, 지역 간 문화 격차가 최소인 나라, 그것이 ‘진짜’ 문화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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