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이 국내 휴대전화 가격까지 밀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지구촌 균일가를 고수하고 있어 관세 인상으로 미국 내 휴대전화 판매가격이 오르면 전세계 단말기값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주요 생산국인 중국과 베트남에 부과된 추가 세율은 관세 협상기간인 14일 기준으로도 각각 20%와 10%에 이른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애플이 9월 출시예정인 신형 아이폰17 시리즈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매년 가을에 새로운 아이폰을 선보인다.
WSJ는 “애플의 가격 인상 움직임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대중(對中) 고율 관세가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중국에서 제조하는 아이폰값을 올리지 않으면 마진에 타격을 입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산 아이폰에 대한 미국 관세율은 20%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145%까지 높였다가 14일부터 90일 동안 한시적으로 10%의 기본 상호관세와 20%의 ‘펜타닐 관세’만 적용키로 했다.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기본 상호관세도 없이 펜타닐 관세만 부과한다.
애플은 아이폰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판매 비중이 60%에 이르는 아이폰 프로와 프로맥스 모델은 중국 공장 의존도가 더 높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국가를 가리지 않고 비슷한 판매가를 유지해오고 있다”며 “관세로 인해 미국 판매가격이 오를 경우 한국에서도 더 비싼 값을 내야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상황도 다르지 않다. 미국이 베트남에 46%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적용하기로 하면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량의 약 50%는 베트남 북부 박닌 공장(SEV)와 타이응우옌(SEVT) 공장에서 책임지고 있다. 관세협상 기간에 46%의 세율이 유예됐지만 현재 적용되는 관세율 10%도 가격 인상 압박을 줄 수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휴대전화 가격이 오르면 통신 물가도 불안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단말기 가격이 통신 물가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요금이 소비자 물가 항목에 포함된 1995년 이후 통신물가는 2016년, 2017년, 2022년 3개 연도를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신물가 최대 상승률도 1.0%를 넘지 않았다.
대형 통신회사 관계자는 “통계를 살펴보면 통신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은 단말기 가격 인상이었다”며 “중국과 베트남에 대한 미국 관세 인상으로 스마트폰 가격이 오르면 통신물가 상승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