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방문한 한 호텔에는 접객원이 없었다. 대신 화상으로 연결되는 키오스크에서 남미 콜롬비아의 접객원이 원격으로 손님을 맞았다. 통신 지연(레이턴시)으로 반응 속도가 느려 답답하기는 했지만 숙박시설 면적은 넓어 이용객의 평점은 높았다.
원격 상담은 실리콘밸리에서 흔한 일이다. 전력, 인터넷, 보험 등과 관련해 전화를 걸면 10곳 중 80~90%는 인도나 동남아시아 등에서 전화를 받는다. 직접 청소·배관 일을 하는 게 아니라면 해외에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게 실리콘밸리의 최근 추세다.
아웃소싱 트렌드는 살인적인 실리콘밸리 물가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중심지인 새너제이의 평균 시급은 58.28달러에 달한다. 미국 평균 시급 32.66달러보다 78%가량 높다. 고액 연봉을 받는 테크 기업 근무자들이 새너제이에 살면서 평균 물가를 올려놓은 결과다. 빅테크 기업에 취직해 억대 연봉을 받고도 트럭을 구매해 숙식하는 게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의 삶이다. 이곳 기업들이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인적 지원의 양극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과거 파레토 법칙에 따라 전체 인구의 20%가 생산량의 80%를 결정한다고 분석했지만, 인공지능(AI) 시대에는 1%가 나머지 99%의 생산량을 좌우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대부분의 단순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핵심 AI 인재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메타에 인수된 스케일AI가 대표적 사례다. 메타에 인수된 스케일 AI의 최고경영자(CEO) 알렉산드르 왕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연봉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스케일AI는 최근 공정노동기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분류하는 이들에게 시급을 제대로 지급했는지 의심받고 있어서다. AI산업의 인재 채용 경쟁이 스포츠 선수 영입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각광 받는 인재는 어떤 모습일까. 최근 안드레센호로위츠(s16z) 등이 1500만달러(약 207억원)를 투자한 AI 스타트업 클루얼리의 로이 리 CEO는 테크기업 아마존의 채용 면접을 부정으로 통과하고 미국 명문 컬럼비아대를 중퇴했다. 왕 스케일AI CEO 역시 매사추세츠공대(MIT)를 3학기 만에 중퇴하고 창업의 길을 열었다. 지금 한국의 교육 체계가 이런 이단아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AI 혁신을 수용하기 위한 교육 체계는 어떤 것일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