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글로벌 음악 시장과 실연자 권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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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변호사 겸 피아니스트김민정 변호사 겸 피아니스트

현재의 음악 시장은 국경을 초월한다. 국내 음악 팬들은 해외 아티스트의 곡을 자유롭게 감상하고, 해외 팬들도 언어의 장벽을 넘어 K팝에 열광한다. 이러한 글로벌 음악 소비 환경 속에서, 가수와 연주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공정한 보상을 받고 있을까?

먼저 우리 저작권법을 살펴보면, 작사·작곡·편곡가와 같은 창작자는 창작물에서 발생하는 모든 '저작권'을 가지며, 가수와 연주자, 즉 '실연자'는 자신의 실연에 대한 '저작인접권'을 보유한다. 대중들이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적법한 이용허락'을 전제로 하며,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 역시 당연한 권리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해외 실연자에게, 또는 해외에서 한국 실연자에게 지급되는 보상은 국내법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지, 그리고 그 보상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 지는지 살펴보자.

국제 조약과 실연자의 권리 보호

저작권법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외국인의 저작물 보호는 우리나라가 가입하거나 체결한 국제 조약을 기반으로 한다. 대표적인 국제 저작권 협약으로는 '베른협약'(Berne Convention, 1886)이 있으며, 이는 협약 가입국에서 창작된 저작물을 동일한 기준으로 보호할 것을 규정한다. 우리나라는 1996년 베른협약에 가입하여 국내 저작물이 협약 가입국에서 자동 보호되며, 반대로 해외 저작물도 한국에서 동일하게 보호받는다.

'실연'의 경우, 2011년 우리나라는 'WIPO 실연 및 음반 조약'(WPPT, WIPO Performances and Phonograms Treaty)에 가입함으로써 국내 실연자가 조약 가입국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해외 실연자 역시 한국에서 동일한 보호를 받는다.

실질적인 보상을 위한 상호관리계약

국제 조약을 통해 권리 보호는 인정되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는 실질적으로 '어떻게' 보상하고 분배할 것인지 그 방법이다. 각국의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관리 방식이 달라 공정한 권리 보장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적인 방안이 바로 '상호관리계약'이다.

'상호관리계약'이란 각국의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신탁단체가 서로의 회원을 대신하여 권리를 보호하고 사용료를 징수·분배하는 협약을 의미한다. 이 계약이 체결되면, 해외 신탁단체는 해당 국가에서 국내 신탁단체 회원들의 저작물 사용을 관리하고 징수한 사용료를 송금하며, 국내 신탁단체도 동일한 방식으로 해외 권리자들의 사용료를 징수하여 전달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국내 음악 실연자의 유일한 저작권 집중 관리단체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 회원 약 4만 7천 명)'는 2010년 일본과 최초로 상호관리계약을 체결한 후, 2013년부터 첫 정산을 진행했다. 이후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주요 23개국과 협약을 체결하며 실연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체계를 확립해왔다.

이번에 체결된 미국과의 상호관리계약은 24번째 국가와의 협약으로, 그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계약을 통해, 음실련은 약 67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사운드익스체인지(SoundExchange)'를 포함하여 AFM(American Federation of Musicians), SAG-AFTRA(Screen Actors Guild - American Federation of Television and Radio Artists), Fund 등 총 5개의 미국 저작인접권 단체와 협약을 맺었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의 공정한 보상

이번 음실련과 미국 저작인접권 신탁단체의 상호관리계약 체결을 통해, 국내 실연자들은 미국 내에서 사용된 음원에 대한 저작인접권료를 실질적으로 분배받을 수 있게 되었다. 즉, 미국 내 한국 음악 소비가 증가할수록 그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더 나아가, 이번 계약은 단순한 보상 차원을 넘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실연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정한 보상 체계를 더욱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미 일본,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과의 계약을 통해 국제적 협력 기반을 다져온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국가와의 추가적인 협약이 기대된다.

특히, K팝의 글로벌 인기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점차 확대되는 상호관리계약 체계는 미분배된 해외 저작인접권료가 한국 실연자들에게 공정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다.

실연자의 정당한 보상이 음악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든다

대중은 단순히 음악 자체만이 아니라, 이를 부르는 가수의 매력과 개성에 열광하며, 그 가수의 노래를 통해 음악을 기억한다. 지금의 K팝이 있기까지 실연자들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국내 음악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뿐만 아니라 저작인접권의 보호와 정당한 분배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정당한 보상 체계는 궁극적으로 한국 음악 생태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이번 음실련과 SX 간의 상호관리계약은 글로벌 음악 실연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모범 사례로 자리 잡을 것이며, 앞으로 더 많은 국가들과의 협약 체결을 기대해 본다.

필자 소개: 김민정 변호사는 서울대와 독일 베를린 국립예술대학을 졸업한 피아니스트이자,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변호사(변호사시험 4회)가 된 인물이다. 현재 법무법인 휘명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대법원과 서울중앙지법 국선변호인으로 활약중이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인, 엔터테인먼트법학회 정회원, 대한변협 여성변호사특별위원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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