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마라탕 값과 AI 구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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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인 2021년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개편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바뀐 세상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줬다. 위생·가사노동과 관련한 마스크, 식기세척기, 의류건조기, 반창고 등이 대표 품목에 대거 편입됐다. 식기세척기와 의류건조기는 신혼부부의 필수 가전으로 꼽힐 만큼 인기가 높았다.

[천자칼럼] 마라탕 값과 AI 구독료

반면 넥타이, 연탄, 사진기, 스키장 이용료, 프린터 등은 물가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 ‘노타이’가 대세로 자리 잡고, 스마트폰 보급으로 카메라 판매가 줄어든 시대 변화가 반영됐다. 넥타이와 연탄은 55년 만에 조사 품목에서 빠지며 한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듯했다.

물가지수 품목의 세대교체 시기가 다시 다가왔다. 국가데이터처는 5년 주기인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개편안을 공개했다. 올해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부터 새 기준을 적용해 공표할 계획이다. 이번 품목 개편의 주인공은 단연 인공지능(AI)과 1인 가구다. 챗GPT 같은 소프트웨어 구독료, 디지털 콘텐츠 저장을 위한 클라우드 이용료, 쿠팡 와우멤버십 같은 온라인 쇼핑 구독료가 대표 품목에 편입됐다. 스마트워치, 전기자동차 충전료도 물가 지표에 포함됐다.

배달 음식과 외식 문화 변화 또한 고스란히 반영됐다. 전체 가구의 36%를 넘어선 1인 가구의 식습관은 외식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젊은 층의 소울푸드가 된 마라탕과 건강을 위한 샐러드, 간편식 대명사인 밀키트가 대표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새로운 것이 들어오면 낡은 것은 자리를 양보한다. 소비가 크게 줄어든 부탄가스와 차량용 블랙박스, 싱크대는 물가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명절 제사상과 비빔밥의 단골인 고사리와 도라지, 땅콩 같은 전통 식자재도 퇴장 명단에 포함됐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젊은 층이 스마트폰에서 주로 쓰는 AI 서비스, 온라인 쇼핑 지출액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부탄가스 화력으로 찌개를 끓이는 모습은 사라져 가고,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시켜 먹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 장바구니의 변화는 지금 우리의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안정락 논설위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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