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달라지는 노인층, 낡은 기초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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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달라지는 노인층, 낡은 기초연금

국내 기초연금은 2014년 숱한 논란 끝에 ‘정체성이 모호한 제도’로 출범했다.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보편수당도, 빈곤 노인을 집중 지원하는 공공부조도 아니라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절충형 방식이다. 기초연금은 애초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에서 출발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재정 부담과 국민연금 연계 문제를 둘러싼 격론 끝에 ‘소득 하위 70%에 최대 월 20만원을 주는 방식’으로 수정됐다. 이 과정에서 하위 70% 내에서도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퇴했고, 박 대통령은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 했다. 이후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해 올해 기준으로 월 최대 34만9700원을 주고 있다.

지난달 하순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기초연금 개혁’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하면서 지난 10여 년간의 기초연금 통계를 다시 살펴봤다. 그 과정에서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이 낳은 비효율이 갈수록 커지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2008년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을 승계한 기초연금은 출범 초기만 해도 노인 빈곤 완화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1989년 도입됐지만 1999년에야 전 국민 의무가입 체계를 갖춘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던 1930~1940년대생 다수 노인의 소득 공백을 메우고, 노인자살률 감소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취약계층으로 보기 어려운 노인까지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 포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근로소득과 주택을 더 많이 보유한 1차 베이비붐 세대가 자산 가격 급등과 함께 노년층에 진입하면서다. ‘전체 국민 중 가난한 사람’을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 중 소득·자산 평가액(소득인정액) 기준 하위 70%’를 끊어내려다 보니 수급 자격 선정 기준이 크게 높아졌다.

2014년 월 소득 87만원이던 수급 자격 선정 기준액(단독가구 기준)은 올해 247만원으로 올라갔다. 연평균 증가율은 9.5%로 같은 기간 평균 임금 상승률(3.4%)의 세 배에 가깝다. 2015년 기준중위소득의 절반 수준이던 선정기준액은 올해 95% 수준까지 높아졌다. 한국 전체 가구 소득의 중간값에 거의 도달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현재 수급자 4명 중 1명은 빈곤선(기준중위소득 50%)을 넘는 소득인정액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극단적으로 재산만 있는 부부가 공시지가 13억원짜리 아파트(시가 17억~18억원)를 보유해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모순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고도성장과 안정적 일자리, 집값 상승의 수혜를 누리고 국민연금에도 30년 안팎 가입한 86세대와 2차 베이비붐 세대가 기초연금 수급층에 본격 진입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은퇴하는 2029~2030년부터는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이 기준중위소득을 넘어서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 제도를 유지하면 재정 압박도 한층 거세진다. 올해 1112만 명인 노인 인구는 2050년 1890만 명으로 증가한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780만 명에서 1323만 명으로, 지출액은 27조원에서 46조~66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전체 예산 대비 비중도 3%대에서 6~7%로 높아진다. ‘노인 유권자’가 더 급증하기 전인 지금이 기초연금 개혁의 마지막 골든타임인 이유다.

정부는 기초연금 개편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초연금을 하후상박 구조로 바꾸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소득이 0원인 노인과 수백만원인 노인의 급여액을 차등화하는 방향은 타당하다.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하위 70%’라는 낡은 틀을 그대로 둔 채 급여 체계만 하후상박형으로 바꾸면 예산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소득 하위 70%라는 정률 기준을 기준중위소득 100%로 우선 전환한 뒤 노인 빈곤 개선 상황 등에 맞춰 지급 대상을 단계적으로 조정하자는 많은 전문가의 제안에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한다.

기초연금 개혁의 핵심은 필요한 노인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되 재정 지속성을 함께 확보해 미래 세대 부담을 완화하는 데 있어야 한다. 그래야 노인 빈곤 완화와 세대 간 형평성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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