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단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투자다. ‘삼전닉스’ 주가가 1라운드라면 이제 국민의 눈과 귀를 붙드는 2라운드다. 전국이 용광로다. 갈등은 첨예해지고 수많은 예단과 ‘카더라’에 휩싸인다. 거기에 온갖 숫자와 ‘주판알 튕기기’가 난무한다. 유사 이래 꿈도 못 꾸던 1000조원 투자 계획은 수도권과 지방을 동시에 움직인다. 공장이 들어서면 도로가 생기고, 전력망이 깔린다. 협력업체가 대거 따라와서 일자리가 생긴다. 부동산시장이 움직이고 지방자치단체의 세수도 크게 늘어난다.
삼전닉스의 대규모 투자가 대한민국 경제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가지 상상을 해보자. 차라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통령이라면 대한민국을 더 잘 경영하지 않을까. 물론 현실적으로 기업 총수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는 기업과 다르다. 산업, 경제뿐만 아니라 치안과 복지, 외교·안보까지 고려해야 하는 대통령의 역할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보다 훨씬 넓고 복합적이다.
그러나 이 질문이 던지는 본질은 따로 있다. 우리는 왜 기업 경영의 장점을 국가 운영에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가 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기업은 미래를 보고 투자한다. 10년 뒤를 내다보고 사람을 키우며 연구개발에 자금을 쏟아붓는다. 정치인은 선거를 본다. 4, 5년 뒤를 걱정한다. 이 거대 프로젝트가 그 전까지 실현될 수 있을까. 그런데 정작 용인 반도체 프로젝트는 왜 진행이 제대로 안 되고 있을까.
기업은 세계 시장과 경쟁한다. 100년 기업, 세계 1등을 꿈꾼다. 정치인은 반대 당파와 싸우는 경우가 많다. 정권 재창출이나 선거 승리가 당면 과제다. 기업은 성과가 없으면 구조를 바꾸고 인사를 바꾼다. 국가는 실패해도 책임지는 구조가 상대적으로 약하다(아니 통치 행위라고 ‘퉁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기업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기업가정신을 배우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이란 돈을 버는 기술이 아니다. 비전을 만들고 사람을 키우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오늘을 인내하는 능력이다. 오늘날 삼전닉스가 만드는 것은 단순한 반도체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와 산업 생태계다. 청년의 일자리이고 수출 경쟁력이다. 그렇다면 정치인 역시 같은 관점에서 움직여야 한다. 대한민국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로 보고 인재와 산업, 교육과 제도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레이트 아메리카’를 외치며 미국 제조업과 투자 확대를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그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국가 경쟁력을 기업 경쟁력과 연결하려는 시도는 분명했다.
대한민국도 이제는 ‘그레이트 코리아’를 말해야 한다. 그것은 구호가 아니라 국가경영 방식의 변화다. 대통령은 최고 정치인이면서 동시에 최고 CEO여야 한다. 기업이 인재를 중심으로 움직이듯 국가도 인재를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 기업이 투자로 성장하듯 국가도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 기업이 세계를 고객으로 삼듯 국가도 세계를 시장으로 삼아야 한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기업인이 대통령이 되는 나라’가 아니라 ‘대통령이 최고의 CEO처럼 경영하는 나라’다. 삼전닉스가 보여주는 것은 반도체의 성공뿐만 아니라 장기 비전, 과감한 투자, 인재 중심 경영, 속도 있는 실행이라는 국가 운영의 교과서일지도 모른다.
이제 대한민국도 정치를 위한 국가가 아니라 국가를 위한 정치로 나아갈 때다. 그래야만 다음 목적지인 G3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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