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여의도 증권가엔 대선 직전 주식을 매도할 것을 조언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대통령 취임일에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일이 되풀이된 영향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일에 지수가 3.30% 떨어진 게 시작이었다. 김영삼(-2.56%), 김대중(-4.53%), 노무현 전 대통령(-3.90%) 취임일도 비슷했다. 이후 대통령들도 ‘취임일=하락장’ 공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박근혜(-0.46%), 문재인(-0.99%), 윤석열 전 대통령(-0.55%) 취임 첫날에도 약세장이 펼쳐졌다. 예외는 이명박 전 대통령(1.34% 상승) 정도다.
증권가에선 이런 현상을 ‘주가 선반영’으로 설명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밀어 올리다가 막상 취임 날이 되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얘기다. 약세장이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8명의 전임 대통령 취임일부터 그해 연말까지 코스피지수는 평균 13.19% 상승했다. 미국도 대선 직후 증시 흐름이 한국과 비슷하다.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다우존스, S&P500, 나스닥은 대선 당일부터 1주일 정도 하락하다가 상승세로 반전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인 그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66% 상승한 2770.84에 장을 마쳤다. 전임자들의 첫날과 사뭇 다른 흐름이다. 취임 둘째 날인 어제도 지수가 1.48% 오르며 11개월 만에 2800선을 뚫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코스피 5000’을 약속했다. 대선 후보가 구체적인 지수를 공약으로 내건 첫 사례다. 상법 개정을 통해 소액주주 영향력을 높이고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에 배당소득세를 낮춰주는 등의 정책을 통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계속해서 우상향하려면 상장사들의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 대부분이 찬성하지만 상장사들은 무척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성장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단체들도 입을 모아 신중한 입법을 당부하고 있다. 정부 여당의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