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AI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가 아니라 ‘교육 자료’로 낮추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법안은 AI 기반 학습 소프트웨어를 교과용 도서 범주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르면 23일 본회의 통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은 작년 말에도 국회를 통과했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교육부는 올해뿐 아니라 내년 이후에도 AI 교과서 채택을 학교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법 개정 가능성을 고려해 애초 초·중·고 일부 학년에 전면 도입하겠다던 계획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AI 교과서 반대 논리는 익숙하다. 디지털 과몰입, 주의력 결핍, 교사의 전문성 약화, 정보 유출 우려 등이다. AI에 의존하면 학생들이 창의적·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 보안 및 프라이버시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장점도 적지 않다. 학습 수준에 따른 맞춤형 콘텐츠, 실시간 피드백, 자기주도 학습 강화, 사교육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방 등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동일 품질의 학습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어, 교육 격차를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무엇보다 AI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이 AI 기반 학습 도입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이유다.
지금도 학교 재량으로 AI 교과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데, 굳이 법까지 바꿔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권 교체로 정책이 급변하면서 수년간 AI 교과서 개발에 투자해온 기업들도 크게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인데, AI 교과서가 정치 논리에 휘둘려 실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당장 AI 교과서가 완벽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보완적 도구로 활용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게 더 바람직해 보인다. 교과서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지 않겠나.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