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산 좀” “공사 빨리”… 청문회서 검증 대신 민원 쏟아낸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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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진행된 이재명 정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역구 민원을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쏟아냈다. 자기 지역구에 공공기관, 인프라 시설을 지어 달라거나 예산, 사업을 늘려 달라는 요청까지 ‘민원 청구회’를 방불케 했다. 과연 입법부가 인사청문회를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해 적격 여부를 가리는 자리로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민물 낚시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충북임을 꼭 잊지 말고 챙겨 달라”며 예산 지원을 요구했다. 같은 당 김영진 의원(경기 수원병)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게 지역구를 지나는 GTX 노선 사업 진척을 요청했다.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경북 경산)은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게 지역구와 연관된 폐수처리시설 이전을 꺼냈고,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비례)은 자신이 시당위원장인 대구로 연결되는 고속도로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구 후보자에게 대놓고 부탁했다.

인사청문회의 기본 역할조차 망각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논문 표절, 역량 부족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던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선 민주당 김문수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이 지역구와 관련된 국립의대 유치 해결을 물었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충북 충주)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게 사퇴를 요구해 놓고 지역구의 중기부 사업을 확대해달라고 했다. 청문회 결과가 어떻든 질의를 빙자해 민원을 넣으려는 심산 아닌가. 이러니 청문위원 본연의 임무인 후보자 자질 검증 의지가 의심받는 것이다.

가뜩이나 증인, 참고인도 거의 없었고 후보자들의 자료 제출도 불성실해 ‘맹탕’ 오명이 붙은 청문회였다. 부처 핵심 현안은 물론이고 기본적 업무조차 파악하지 못한 후보자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를 송곳처럼 파고들기는커녕 여당은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엄호하고 무기력한 야당은 잿밥에 관심을 보였다. 지역구 민원엔 여야가 합심이라도 한 듯한 모습이었다. 자기 지역 표심을 챙겨 다음 총선에서 다시 배지만 달면 된다는 몰염치에 할 말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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