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임우선]트럼프와 이재명의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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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뉴욕 특파원

임우선 뉴욕 특파원
“대통령이 되면 교육부를 폐지하겠다.”

미국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가을 당시 미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유세 중 이 말을 했을 때 씁쓸한 웃음이 났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교육부는 공공의 적이구나’ 싶어서였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교육부 폐지는 선거 때 자주 등장해 온 공약이다. 현 교육에 대한 불만과 불신의 상징인 교육부는 폐지라는 말만으로도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일종의 ‘사이다 공약’이다.

트럼프의 진심이었던 교육부 폐지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처음에는 ‘표심 자극용’인 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로 교육부를 없애버리고 있다. 대선 기간 내내 미국 교육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최대 범위 내에서 교육부를 해체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교육부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학자금 대출은 재무부, 인력 정책은 노동부, 장애 학생 지원은 보건복지부, 시민권 관련은 법무부로 넘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군인 가족 학생 지원은 국방부가, 인디언 교육 지원은 내무부가 담당하라고도 지시했다. 정책 찬반을 떠나 대통령이 교육 실무에 상당한 관심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교육 권한은 나라가 아닌 각 지역사회와 학부모가 가져야 한다”며 “교육부는 비효율적이고 관료적이라 불필요한 조직”이란 입장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교육부를 상대로 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올 3월부터 교육부 직원 4100여 명 가운데 약 1400명이 사실상 해고돼 휴직 상태에 들어갔다. 교육부의 ‘공식 폐지’는 의회 의결이 필요해 쉽지 않지만, 교육부를 ‘실질적으로 해체’해 사실상 폐지나 다름없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미 연방 교육부는 장애 학생과 소수자, 저소득층 학생 관련 업무 비중이 크다. 이 때문에 폐지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효율성과 자율성 등을 강조하며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 후보는 염치와 능력 갖춰야

한국은 어떨까. 미국과 달리 한국 교육부는 대학 등 고등교육 관련 업무 비중이 크다. 그럼에도 교육부 홈페이지의 교육부 소개-조직도 코너를 클릭해 보면 교육부가 얼마나 거대한 집단이며 이런저런 업무를 잘게 쪼개 자리를 만들어 놓은 조직인지 알 수 있다. 초중고 학생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데 조직 구조는 베이비붐 때에 머물러 있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176개 교육지원청, 246개 직속 기관도 비대하긴 마찬가지다. 이것도 부족해 국가 백년지대계를 만들겠다며 교육부 위에 ‘옥상옥’으로 국가교육위원회까지 또 만들었다. 그야말로 자릿수로는 1등 조직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고통받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의미 있는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평가는 딱히 없다.

이처럼 변화와 개선이 절실한 교육 조직의 수장에 이재명 대통령은 초중고 교육에 대한 이해에 의구심이 들고, 심각한 논문 표절 행위를 저질렀단 의혹이 제기된 이진숙 전 후보자를 지명했었다. 이를 두고, 새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교육부 장관은 사회부총리를 겸한다는 면에서 평범하고, 성실한 국민의 삶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도 실무 능력과 전문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 전 후보자는 두 자녀를 모두 거액의 학비가 드는 미국 사립 중고교로 보냈다. 자녀를 유학 보내는 건 자유다. 하지만 유학을 보내는 과정과 이에 대해 이 전 후보자가 설명하는 모습은 국민 정서와 한참 거리가 있었다.

새로 교육부 장관에 지명될 인사는 염치와 능력을 모두 가진 사람이길 바란다. 교육에 대한 기대가 이미 많이 무너져 내린 한국에서 교육부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가 또 한 번 장관으로 지명되는 건 ‘교육부 폐지’ 목소리를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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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뉴욕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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