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건 MS뿐만이 아니다. 인텔, 메타,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도 올 들어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블룸버그는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출하면서 다른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곳들은 주가도 최고치를 경신하고 실적도 좋은 곳들이 많다. 이들은 부진한 실적이 아니라 AI 때문에 직원들을 내보내고 있다. 다양한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사람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관리도 용이한 AI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AI가 확산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향후 몇 년 안에 회사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AI 사용으로 효율성을 얻게 됨에 따라 전체 사무직 인력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AI의 대항마로 꼽히는 AI 기업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AI가 향후 5년간 모든 신입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을 없애고 실업률을 최대 20%까지 급등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AI발 구조조정은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중심으로 AI발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AI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는 KT는 지난해 11월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핵심 사업과 관계없는 계열사들을 정리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전 세계 10만 명의 대기업 직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까 봐 두려운지 묻는 질문에 41%가 “10년 이내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AI로 인한 ‘일자리 종말(jobpocalypse)’을 막기 위해서라도 AI가 바꿔놓고 있는 고용과 노동 시장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할 시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AI가 일자리를 뺏기만 하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맥킨지가 각국 기업 관계자 1400여 명을 대상으로 AI의 활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비스나 물류 등에서는 인원 감축 전망이 나왔지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나 상품 개발 같은 직종에서는 직원 수를 더 늘려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세계경제포럼(WEF)도 보고서에서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주요 영향은 완전한 대체보다 ‘인간-기계 협업’을 통해 기술을 ‘증강’할 수 있는 잠재력에 있다고 진단했다. AI가 인간의 일부 업무는 대체하겠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양면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AI가 고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AI 산업 육성과 교육 확대 등 관련 정책을 펴 나갔으면 한다.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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