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31일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직후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해 이첩 결정을 뒤집었다. 야당은 윤 전 대통령이 외압을 가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이 전 장관은 통화 상대를 밝히지 않은 채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로부터 문자나 전화를 받은 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통신 조회를 통해 이첩 보류 당일 이 전 장관이 임기훈 전 대통령국방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틀 후엔 윤 전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로 이 전 장관과 1시간 사이에 3차례 통화했는데, 이것도 확인됐다.
▷이 전 장관은 거짓 해명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7월 31일에는 통화를 안 했다는 것”, “외압은 없었다는 것” 등으로 교묘하게 말을 바꿨다. 그러다 특검 수사로 코너에 몰리자 2년이 지난 이달 21일에야 800-7070 번호 통화 상대를 밝힌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전화해 군 조직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 말은 (이첩 번복 결정에) 참고만 했다”며 누구도 믿기 어려운 해명을 곁들였다.
▷이 전 장관이 해병대의 수사를 뒤집고, 거기에 더해 이리저리 말을 바꿔 온 2년은 참과 거짓이 통째로 뒤바뀐 세상이었다. 외압 의혹을 처음으로 폭로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그해 8월 보직에서 해임되고 군 검찰에 의해 항명 혐의 등으로 기소까지 당했다. 올 1월 군사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이달 9일 특검의 항소 취하로 무죄가 최종 확정됐지만 그에게 지난 2년은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의 날들이었다. 채 상병 유족들의 아픔은 더했을 것이다.▷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관련자들이 쌓아 올린 ‘거짓말의 성’은 특검의 칼날 앞에 줄줄이 무너지는 중이다.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적 없다”고 했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특검에 출석해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는 모습을 봤다”고 털어놨다. ‘VIP 격노설’을 박 단장에게 처음 전달한 해병대 김 전 사령관은 군사법원에까지 출석해서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최근 이를 뒤집었다.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한 거짓말은 반드시 드러나게 돼 있다. 이제는 당사자들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고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다.
장원재 논설위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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