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충격과 전반적인 산업 침체가 맞물리면서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은 관세 폭탄을 직격으로 맞으면서 생산량 감소와 내수 부진이 예상된다. 인도·베트남 스마트폰 시장만 삼성전자·애플·모토로라 등의 제조사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관측이다.
11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은 전년보다 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엔 중국·인도·베트남이 전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 중 90% 이상을 제조했지만 올해는 국가별로 엇갈린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올해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스마트폰 생산량 감소와 내수 시장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이반 램 카운터포인트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스마트폰 생산 변화가 가속화됐지만 관세는 부품 공급업체부터 수입·유통업체, 브랜드,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타격을 주고 있다"며 "이로 인해 브랜드들은 중국을 떠나 다른 국가로 생산 거점을 분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가장 큰 수혜국은 성장잠재력이 큰 인도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소비가전 부문에서 발달된 위탁생산·수출 인프라를 갖춘 베트남"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의 경우 올해 최대 수혜국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애플의 수출 수요에 힘입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제조·수출 허브인 베트남도 삼성전자·모토로라를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프라치어 싱 카운터포인트 책임연구원은 "전통적인 글로벌 전자제품 위탁생산(EMS) 대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인도에 투자하면서 인도의 제조 역량이 크게 향상돼 이젠 더 높은 생산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인도의 생산 수율과 복잡성 측면에서 현지 제조 역량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인도 정부도 부품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최근 전자부품 제조지원정책(ECMS)을 도입해 기업들의 투자와 현지 생산을 장려하고 있다"고 했다.
카운터포인트는 장기적으로도 인도가 가장 큰 수혜국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나머지 지역의 경우 스마트폰 생산량 중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자국 내 스마트폰 수요도 줄면서 생산 부진이 예상된다.
미국이 관세 정책을 통해 스마트폰 공급망 전환을 이뤄낼 경우 아이폰 가격은 200달러 가까이 인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닐 샤 카운터포인트 연구위원은 "만약 애플이 정말로 미국 공장에서 아이폰을 생산한다면 아직 모든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격이 최소 15~20%, 즉 150~200달러가량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비용 증가는 주로 인건비, 공장 투자 비용(설비투자비의 감가상각비), 물류비용 차이에서 기인할 것"이라고 봤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