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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행사가 9일 평양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2025.10.10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이다. 북한은 전날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대규모 경축대회를 열었다. 행사는 불꽃놀이로 시작해 대집단체조(매스게임)와 예술공연 '조선노동당 만세'로 이어졌다. 북한에서 집단체조가 열린 것은 2020년 당 창건일의 '위대한 향도' 공연 이후 5년 만이다. 10일 저녁에는 하이라이트인 열병식이 예정돼 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열병식이 내부 결속의 의식이었다면, 김정은 시대에선 대외 과시의 무대로 변모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행사에 참석한 외빈의 면면이다. 김 위원장 옆에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리창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자리했다. 러시아 2인자의 평양 방문은 사실상 처음이고, 중국 총리의 방북은 2009년 이후 16년 만이다.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라오스 국가주석도 함께했다. 지난 9월 베이징 전승절에서 북중러 3국 정상이 톈안먼 망루에 섰다면, 이번엔 무대가 평양으로 옮겨졌다. 반(反)서방 진영의 연대가 두 달 만에 재연된 셈이다.
김 위원장의 전략적 의도는 세 갈래로 읽힌다. 첫째, 핵보유국 지위를 사회주의권 내부에서 인정받으려는 시도다. 실제로 러시아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은 "북한의 국방력 강화 조치를 지지한다"며 사실상 북핵을 용인했다. 둘째, 외교적 고립의 돌파다. 국제 제재 속에서도 평양 행사장에는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베트남·라오스 지도자들까지 나란히 섰다. 셋째, 한미일 연대에 대한 경고다. "우리 뒤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는 메시지다. 특히 예정된 열병식은 북한의 군사력과 전략무기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중요한 정치·군사적 이벤트다.
하지만 북중러 연대의 견고함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세 나라는 '공통의 적'이라는 일시적 이해로 묶였을 뿐이다. 중국은 경기 침체와 미중 갈등 속에서 실리 외교를 택해야 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선 장기전에 몰두해 있다. 북한은 체제 생존이 최우선 과제다. 역사적으로도 세 나라는 협력과 갈등을 반복해 왔다. 지금의 결속이 가치에 기반한 게 아니라 전술로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불완전한 공조임에도 한반도에서는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평양의 퍼레이드는 곧 서울의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정부는 외교적 균형감을 갖춰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압박으로 한미 관계가 흔들리고,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도 변수로 떠올랐다. 한미일 협력의 고리가 느슨해질수록 북중러의 결속은 더욱 뚜렷해진다. 2023년 캠프 데이비드에서 약속한 3국 공조의 모멘텀도 약화됐다. 조만간 열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시험대다. 평양의 열병식에 서울은 냉정한 외교로 대응해야 한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0월10일 13시08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