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전 정보기술(IT) 분야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엔지니어의 가장 기초이자 기본으로써 교육받은 것이 데이터 백업이었습니다. IT 인프라가 무너져도 그 안에 데이터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게 이 시대 모든 IT인의 의무이자 소명이 아닐까요. 재해복구(DR) 체계를 하드웨어 인프라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DR 근본인 데이터 관점에서 바라봐야 진정한 DR 체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김기완 선재소프트 대표는 최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시스템 피해에 대한 생각을 이 같이 전했다.
김 대표는 오라클, 알티베이스 등 국내외 대표 업체를 거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전문가다.
2010년 선재소프트를 창업하며 분산 인메모리컴퓨팅 기반 DBMS를 출시, 이 시장을 개척했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해야 하는 기업에 최적화한 제품이다. 통신, 금융, 공공 등 주요 기업이 선재소프트 제품을 선택, 안정적으로 DB를 처리하고 있다.
국내 대표 DB 전문가인 김 대표는 국정자원 화재를 계기로 DR 중요성이 부각된 현 상황을 “제대로 된 DR 체계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버, 스토리지, 미들웨어 등 시스템 이중화는 문제가 발생해도 시스템을 재구축하거나 조정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될 뿐 복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DB는 백업 없이 소실될 경우 복구가 어렵고, 시스템이 복구되더라도 DB 없이는 서비스 자체가 안 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국내 주요 통신사, 증권사 등 모두 데이터 관점에서 DR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여러 시스템 중에서도 DB 시스템은 이중화 솔루션을 반드시 갖춰야 하고, 복구시간(RTO) 목표에 따라 데이터 중요도별로 액티브-액티브, 액티브-스탠바이 등 DR 형태를 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주요 고객사중 하나인 A 통신사는 선재소프트 기술을 적용해 원거리 이중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DR 센터를 '잠재워 두는' 방식이 아니라 주센터와 DR센터 모두 실시간으로 이중화 해 '항시 운영형 DR'을 구현해 주목받았다. 이를 통해 주요 데이터를 실시간성으로 이중화하는 동시에, 한 쪽 센터에 문제가 발생해도 원격지 센터를 통해 빠른 시간 내 데이터 기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장애(failure)는 이번 화재처럼 서버 등 하드웨어(HW)에 문제가 생기는 '시스템 장애'와 디스크 결함으로 인해 DB 손상이 발생하는 '미디어(매체) 장애', 사용자 장애 등 유형이 다양하다”며 “화재에만 주목해 시스템 장애에 대응하는 HW 위주 DR 체계가 대안으로 나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사례를 참고해 HW뿐만 아니라 DB 등 소프트웨어 시각에서도 DR 체계 전반을 살펴봐야 한다며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면 우리나라 IT 인프라가 더 굳건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