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카카오는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앞당길 여건을 갖추게 됐다. 카카오톡으로 모바일 시대의 혁신을 이끈 카카오가 AI 시대 새로운 성장 궤도에 올라설지 주목된다.
정보기술(IT)업계는 21일 이번 김범수 창업자의 무죄 판결을 카카오가 ‘잃어버린 3년’을 만회할 계기로 평가했다. 카카오는 네이버 등 경쟁사가 대규모언어모델(LLM) 경쟁에 뛰어들던 시기 창업자 재판과 시장 불확실성 탓에 AI 투자와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사이 국내외 빅테크들이 AI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기술 격차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픽코마 사업 확장과 유럽 콘텐츠 시장 진출, 유망 스타트업 인수 검토 등 주요 프로젝트도 대부분 보류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2년간 이어진 재판과 수사로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리스크 해소로 한층 유연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추진해온 조직 쇄신과 AI 중심 경영 전략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취임 이후 두 차례 주주 서한을 통해 ‘선택과 집중’ 기조를 분명히 했다. 취임 직후 132개이던 계열사를 99개로 줄였고, 연말까지 80여 개 수준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사법 리스크 해소는 이런 쇄신 작업에 실질적인 동력을 더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글로벌 AI 협업이나 연구개발(R&D) 투자 등이 한층 탄력을 받을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카카오는 자사 생성형 AI 모델 ‘카나나’에 오픈AI 챗GPT 기반 기술을 결합해 카카오톡에 적용하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대화창 속 ‘AI 에이전트’를 검색·광고·커머스를 잇는 카카오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의 금융 신사업에도 긍정적 변화가 예상된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계열사 카이아를 중심으로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금융 계열사와의 결제망 연동도 검토 중이다. 카카오톡 내 구매, 결제, 송금 흐름을 토큰 기반으로 통합해 금융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이번 판결로 금융 실무 협상과 내부 승인 절차에 속도가 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3만2550원까지 떨어진 카카오 주가는 이날 무죄 판결이 난 뒤 전일 대비 5.9%가량 오르며 6만2300원으로 정규장을 마감했다.
안정훈/고은이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