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美中, 희토류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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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희토류는 '희귀한 흙'이라는 의미다. 실제론 흙에 섞인 금속 17종이 핵심이다. 주기율표상 란타넘(La)족 15개 원소에 스칸듐(Sc)·이트륨(Y)을 더한 17개 원소다. 이 물질들이 없으면 전기차 모터도, 스마트폰도, 미사일 유도장치도 작동하지 않는다. 희토류는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는 데다 채굴·정제 과정이 까다롭고 환경오염도 심각하다. 채굴된 흙에서 몇 그램의 금속을 얻기 위해선 환경파괴를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나라는 손을 뗐다. 대신 중국이 이를 떠맡으며 희귀 자원을 장악했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은 세계 시장에서 희토류의 80∼90%를 공급하며 시장을 독점했다. 내몽골자치구 바오터우(包頭)의 검은 호수엔 분리 공정의 잔해가 쌓이고, 광둥성과 쓰촨성, 장시성의 산들은 황폐해졌다. 그래도 중국은 멈추지 않았다. 희토류는 미래산업과 안보의 핵심축이기 때문이다. 환경보다는 국가전략이 앞섰다. 중국은 일찌감치 채굴에서 제련, 합금, 자석 생산까지 전 공정을 수직 통합했다. 가격과 물량도 동시에 조절했다. 희토류를 따로 팔지도 않았다. "가공된 제품으로 사라"는 식이었다. 그 결과, 전 세계가 중국의 공장을 직접 찾아야 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사마륨(Sm), 디스프로슘(Dy), 터븀(Tb) 같은 희토류 금속과 합금, 산화물을 수출통제 품목으로 묶었다. 14나노 이하 반도체나 인공지능(AI) 연구용 자재는 아예 개별심사 대상으로 분류했다. 첨단·방산 산업에 대한 특수통제 조치다. 이는 단순한 무역규제가 아니라 미국의 반도체 봉쇄에 맞선 역공이자, 희토류를 인질로 잡은 지렛대라고 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인질로 잡는 행위"라며 격렬히 반발한 이유다. 중국은 "국가안보를 위한 국제적 조치일 뿐"이라 했지만, 실제론 협상 테이블의 '판돈'을 키운 셈이다.

미국 행정부도 곧바로 맞불을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에 강하게 반발하며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방부는 코발트(Co)·안티모니(Sb)·탄탈럼(Ta)·스칸듐(Sc) 등 핵심 광물을 최대 10억 달러 규모로 비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중 간 대결이 관세 전쟁에서 광물 확보전으로 확대되고 있는 흐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독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북극의 얼음 아래에는 희토류와 우라늄이 잠들어 있다. 자원을 쥔 자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는 시대다.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강국이지만 희토류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들여온다. 공급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관련 산업은 후폭풍을 맞게 된다. 앞서 일본이 2010년 센카쿠 사태 때 중국의 수출 중단으로 타격을 입은 전례가 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향후 희토류 확보망을 다변화하고, 재활용·대체 소재 기술도 서둘러야 한다. 한국으로선 경제는 미국과 맞물리고, 공급망은 중국에 묶여 있는 형국이다. 강대국의 힘겨루기 속에서도, 산업의 생명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 돼선 안 된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0월13일 11시19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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