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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1955년 창당 이래 처음으로 참의원(상원)과 중의원(하원)에서 과반을 동시에 잃었다. 그 공백을 파고든 건 창당 5년밖에 되지 않은 극우 성향의 참정당이다. 2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참정당은 비례대표를 중심으로 기존 2석에서 15석으로 의석을 늘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장기화한 경기 침체와 고물가, 기득권 정치에 대한 실망이 맞물리며 극우 포퓰리스트 세력이 부상한 것이다.
참정당을 이끄는 가미야 소헤이 대표(神谷宗幣·48)는 역사교사 출신으로, 극단적 민족주의와 음모론을 결합한 '일본인 퍼스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부가 외국인을 끌어들여 일본인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 "외국인들은 뭐든 위조한다"는 등의 주장을 반복했다. 이런 직설적 메시지는 고용불안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중장년층 일부에게 어필했다. 실제로 참정당 지지층 상당수는 비정규직, 무직, 저소득층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다만 경제적 불만이 반드시 혐오정치로 향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무관심이나 중도 회귀라는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유럽 곳곳에서도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약진이 이어졌다. 올해 독일 총선에서는 반(反)이민과 국경 통제를 앞세운 정당이 제2당에 올랐고, 프랑스·이탈리아·스웨덴 등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세계화가 낳은 구조적 불평등, 난민 문제, 고물가 장기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들은 외국인, 난민, 다문화, 국제기구, 심지어 실체가 모호한 딥스테이트까지 '타자'(他者)로 지목한다. 복잡한 현실에 대한 간결한 해법을 원하는 일부 대중의 심리를 극우 세력이 교묘히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참정당의 전략 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메시지 확산이다. 이들의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약 42만 명에 이른다. 기성 언론과는 다른 채널을 통해 외국인 문제를 위협적인 서사로 재구성하고 있다. 유권자 일부는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에게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한다"는 식의 정보를 접하고 지지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는 외국인 문제를 특정한 '프레이밍'(사고의 틀)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참정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닮은 꼴이다.
한국은 어떤가. 2024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5만 명, 전체 인구의 5.2%를 차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규정한 '다문화 사회'의 문턱을 넘었다. 특히 중국계 외국인이 36.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일부 지역에선 중국인들의 잇단 아파트 매입이 지역사회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는 다른 정치 제도와 역사적 맥락을 지닌다. 따라서 참정당 현상이 복제될 가능성은 작다. 다만, 일본의 사례를 예외적 일탈로 치부해선 안 된다. 혐오와 음모, 불신이 결합한 정치적 소용돌이는 늘 예상보다 가까이 있다.
jongw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22일 15시31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