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역 1번 출구 나오셔서 OO 앞에서 (카카오)톡 주시면 직원이 모시러 갑니다."
단말기유통법(단통법)이 폐지된 22일 갤럭시S25 울트라(512GB)를 파는 한 '성지'(휴대폰을 저렴하게 파는 곳을 일컫는 은어)에 카카오톡으로 가격을 문의하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상담원은 한 이동통신사로 번호이동 하고 11만원대 요금제를 6개월간 유지하는 조건으로 갤럭시S25 울트라를 구매할 경우 한 주 내에 현금 16만원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이통사를 유지하는 대신 기기만 바꿀 경우엔 절반인 8만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함께 제시됐다.
이곳 '시세표'를 보면 SK텔레콤과 KT로 번호이동 할 땐 각각 9만원, 15만원을 받을 수 있다. 기기 변경할 경우 SK텔레콤 가입자는 15만원에, KT 가입자는 공짜로 갤럭시S25 울트라를 구매할 수 있었다.
단통법 폐지로 보조금 상한이 없어진 첫 날인 이날 일선 유통망에선 이처럼 일정 조건 기준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곳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성지'에서도 갤럭시S25 울트라를 구매하는 대신 특정 이통사로 번호이동 하고 11만원대 요금제를 6개월간 유지하면 현금 13만원을 지급한다고 안내했다.
이날 사전 개통을 시작한 갤럭시Z폴드·플립7은 업장에 따라 번호이동·기기 변경을 모두 포함해 공짜폰이거나 5만~16만원의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제시됐다. 현금 지급까진 아니더라도 Z플립7은 4만~32만원, Z폴드7은 88만~126만원에 구입 가능하다는 시세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성지 기준 SK텔레콤 가입자가 갤럭시S25 울트라(256GB)를 구매할 경우 중위값은 기기 변경 시 60만원대, 번호이동 시 40만원대(KT)·10만원대(LG유플러스)로 집계됐다. KT 가입자의 경우 기기 변경 기준 중위값은 40만원대, 번호이동은 20만원대(SK텔레콤)·10만원대(LG유플러스)를 나타냈다. LG유플러스 가입자는 동일한 기준으로 각각 40만원대(기기 변경), 20만원대(SK텔레콤), 40만원대(KT)로 파악됐다.
기기 반납을 조건으로 건 성지는 드물었지만 고가 요금제 가입 유지 기간은 대체로 동일했고 부가서비스, 인터넷·TV 가입 여부, 고가 요금제 등 세부 조건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성지를 찾았다가 오히려 예상 밖의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 용산의 한 판매점 관계자 A씨는 "사실상 2주 전부터 단통법이 풀렸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판매점 관계자 B씨는 단통법 폐지보다는 유심 해킹 및 위약금 면제로 고객이 상당수 이탈한 SK텔레콤의 공격적 고객 유치와 KT·LG유플러스의 '맞불'이 보다 핵심적인 요인이라면서 "공짜폰을 보려면 SK텔레콤은 10만원대, KT와 LG유플러스는 11만원대 요금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성지에서만 현금 살포나 공짜폰을 내걸었을 뿐, 대란이라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동통신3사의 '공통지원금'(옛 공시지원금)도 종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이통3사 중 어느 한 곳이라도 보조금 전쟁에 본격 뛰어들 경우 언제든 '쩐의 전쟁'이 연출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옛날처럼 막대한 보조금을 뿌리는 식의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SK텔레콤 점유율 40%가 붕괴된 것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SK텔레콤이 점유율 회복을 위해 지원금을 확대할 경우 KT나 LG유플러스도 따라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소비자원은 단통법 폐지일에 맞춰 휴대폰 판매점을 찾은 소비자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를 공개했다. 소비자원 통계를 보면 올 1~4월 이동전화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 현황은 3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7% 증가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같은 기간 39.3% 늘어난 39건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무료, 공짜, 최저가 등 광고 문구에 현혹되지 말고 단말기 구입 땐 할부원금 등 최종 구입 가격을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