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한국의 부동산, 특히 주택은 특별하다.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전세 제도가 있고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중에서도 서울 아파트는 실물 경제와 가계, 기업은 물론 금융에까지 직접적으로 맞닿아 국가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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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정부가 최근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의 집값 과열에 대응하고자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
현행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를 포함한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수정구·중원구, 수원시 영통구·장안구·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규제지역으로 추가된다. 규제지역 지정 효력은 16일부터 발생한다. 사진은 1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2025.10.15 xanadu@yna.co.kr
가계가 가진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은 70%를 넘고 가계가 진 빚 중에서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다. 국내 모든 경제주체가 보유한 국민 순자산 2경4천105조원 중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2경2천485조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주택의 시가총액은 7천158조원으로 주식시장 코스피 시가총액(3천조원)의 2배를 넘는다.
정부가 출범 후 3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대출 상한을 6억원으로 묶은 6·27 대출규제에 이어 9·7 공급대책을 내놓았어도 서울의 한강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또다시 내놓은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다. 서울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고 고가주택 대출한도를 차등화해 더 줄였다. 여기에 스트레스 금리 인상, 1주택자 전세대출 이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반영에다 부동산투기를 감시할 전담 기구 설립까지 가세했으니 풍선효과 차단을 넘어 사실상 거래를 금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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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의 집값 과열에 대응하고자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
규제지역에서는 무주택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에서 40%로 낮아지는 등 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자금 마련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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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만에 나온 초강력 대책으로 들썩이던 수도권 집값은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가겠지만 언제까지 내 집 마련, 상급지 갈아타기의 수요를 인위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은 여전하다. 서울 강남이나 한강 벨트의 급등세를 주도한 현금 부자들의 대출과 관계없는 매수가 '나만 뒤처진다'는 불안 심리를 자극해왔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기에 풀린 시중의 유동자금과 추가 금리인하 기대, 금·주식·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에브리싱 랠리' 등 주변 여건도 부동산 가격 안정에 우호적이진 않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중 주택가격전망지수가 6·27 대책발표와 함께 하락했다가 이내 반등한 것은 '결국 집값은 오른다'는 심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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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네 실생활에선 부동산이 자산 비중 수치보다 더 큰 영향을 발휘하는 사회가 됐다. 극단적인 일부 사례라 믿고 싶지만, 신혼부부는 내 집 마련을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고, 초등학생들도 친구들에게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묻는다고 한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는 내 집 보유 여부를 밝힌 뒤 사귈지 말지를 결정한다니 집이 있거나 최소한 부모가 이를 지원할 능력이 있어야 결혼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택이 은퇴 후 소득 없는 노년층의 노후를 책임질 버팀목이 된 지도 오래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를 안정시키고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 국면에서 소외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해소하는 실질적 대책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대출 규제를 중심으로 한 수요 억제책뿐 아니라 가격 안정에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공급 확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런 공급을 통해 '앞으로도 살만한 집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계속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기대심리가 진정된다. 그래야 부동산 가격 상승과 규제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것이다.
hoon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0월16일 06시0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