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의 퓨처로그] 기후, 상상 이상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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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폭염, 극한 호우, 극한 생존.

이젠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즐기는 일은 사치가 됐다. 극한이 일상이 됐고, 생존의 문제가 됐다. 올들어 우리나라 장마는 찌는 더위와 함께 왔다. 그러더니 요며칠 특정지역에 하루에만 400㎜ 빗물이 쏟아지는 기현상을 낳았다.

유럽은 타들어가고 있다. 섭씨 46도를 오르내리는 살인적 더위에 스페인에선 최근 두달간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바깥 활동 자체가 불가능한 새로운 여름이 닥쳤다.

지구의 체온 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북극의 최근 해수면 온도는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간 평균 온도보다 2~4도 급상승했다. 이는 북극외 지역 평균 온도상승률 보다 세배에서 최대 네배 높은 증가 속도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걷잡을 수 없는 산불이나 상상초월 폭우, 폭염 현상은 이미 지구의 기후 임계치가 깨졌다는 신호다. 대멸종을 예고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으니, 이제부턴 정말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 일상이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상장기업 대부분이 회사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시하는 기준으로 삼는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는 지난달 26일 기후와 에너지 관련 새로운 공시기준인 GRI 102와 GRI 103을 발표하고 2027년 1월부터 이를 표준 적용키로 했다.

새로운 기준이 이전 체계와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개별 기업의 기후 대응 노력과 전략, 에너지 감축이나 온실가스 저감 노력 등이 자체 통계로만 작동하지 않음을 명시한 것이다. 그것이 입지한 주변 주민 생활, 생태계, 자연환경 등에 어떤 영향과 상호작용을 미치는가까지 고려해 작성토록 한 것이다.

기업의 기후 대응이나 에너지 관련 전략이 외따로 작동해서도, 그렇게 작동한들 주변 사회와의 상호 상승효과를 견인하지 못하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지표에 반영하란 뜻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에 기후에너지 테스크포스(TF)를 꾸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 RE100(신재생 100% 자체 조달) 산업단지 촉진,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방안, 초고압직류전송(HVDC) 고속도로 같은 전략 과제와 이행 방안을 짜고 있다.

지금의 시간이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은 것처럼, 지금의 기회를 허비한다면 기후 또한 절대 뒷걸음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가 훑고 지나간 자리에 이전에 없던 '뉴노멀(New normal)'이 일반화 됐다.

이제는 화석연료를 줄이는 것, 플라스틱을 덜 쓰는 것, 물을 아끼는 것 등이 새로운 실천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기업도 생산공정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고, 탄소배출권 구매를 줄이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주변사회와 그 실천을 공유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노력이 자연스런 일상이 돼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해진다.


마구 쓴 생존의 울타리가 무너지고 있다. 인류가 터전을 잡으면서 부어왔던 지속가능이란 연금이 고갈돼 가고 있다. 이제 원상태 복원은 어렵게 됐다. 절멸이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불편함을 뉴노멀로 받아들여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인류가 공존하기 위한 계획으로 넷제로 전략에 한시바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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