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인 SK온과 SK엔무브를 합치기로 했다. 배터리 기업인 SK온이 윤활유와 액침냉각 사업 등으로 연 1조원 가까운 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 SK엔무브를 흡수 합병하는 형식이다. 전기차·배터리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지난해에만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SK온을 살리고 ‘홀로서기’를 돕겠다는 의도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중복 상장’ 논란이 일던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를 중단하고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지분 30%를 재매입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SK온과의 합병을 위한 수순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는데, 현실이 된 것이다. SK온의 재무구조를 단숨에 개선할 수 있는 데다 그룹 내 전기차 사업 역량을 모아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합병보다 더 나은 대안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SK그룹 차원에서 보면 미국 시장에서만 매년 1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배터리 사업을 어떻게든 살리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K배터리는 지금 한편으로는 캐즘 극복을 위해,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약진하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올해 1~5월 기준 중국 시장을 제외한 전기차용 배터리의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상위 10위 업체 중 절반이 1위인 CATL 등 중국 기업이다. 한국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2~4위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합산 점유율은 39.2%로 6.1%포인트 뒷걸음질 쳤다. 중국 시장까지 포함하면 그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진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은 가격뿐 아니라 이젠 기술력에서도 우리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 홍콩 증시 IPO를 통한 ‘투자 실탄’ 확보도 자유롭다. 하지만 우리 업체들은 정부 지원이라고 해봐야 설비투자액 일부를 세액공제받는 게 고작이다. 자금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나 자회사 상장도 소액주주의 반발로 넘기 힘든 벽이 됐다.
중국과의 경쟁이 쉽지는 않지만, 여전히 배터리는 ‘황금알을 낳을 미래 산업’이다. 포기할 수도, 포기해서도 안 될 산업이란 의미다. 이번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로 조성될 대미 투자펀드가 투자할 전략산업엔 배터리도 들어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이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정부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