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온밤을 기다린 갓밝이, 하루를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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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오끼오오우∼. 새벽은 닭의 울음과 함께 왔습니다. 어김없었습니다. 어릴 적, 닭을 키우던 시골집 풍경. 하루는 늘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24시간으로 되어 있다는 하루. 그 하루의 그때그때를 나타내는 국어 낱말 세계로 안내합니다.

저 멀리서 [갓밝이]가 다가옵니다. 날이 막 밝을 무렵, 그것이 '갇빨기'로 발음하는 갓밝이입니다. 갓 구운 빵, 갓 태어난 아기, 갓 스물이 된 청년을 떠올립니다. 갓밝이(여명. 黎明)는 이제 잊기 힘든 단어입니다. 갓밝이가 지나기 무섭게 장닭이 새벽 공기를 뚫고 후려치듯 내지릅니다. [달구리]입니다. 닭이 울 무렵입니다. [갓+밝]의 갓밝이처럼 [닭+울]의 달구리입니다. 닭울녘은 달구리의 북한어라고 우리말샘은 전합니다. 한자로 쓰면 계명시(鷄鳴時)이고요.

동쪽 하늘이 밝아 오는 새벽녘, 바로 그 [동트기] 이후로는 이미 아침입니다. 아침밥을 먹은 뒤부터 점심밥을 먹기 전까지의 한나절을 뜻하여 [아침나절] 합니다. 요즘 감각으로는 이 아침나절의 어중간부터 아침은 낮으로 자연스레 옮겨갑니다. 정확한 시점 표현이 필요하다면 정오(낮 12시)를 기점으로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써야 할 테고요. 본래 낮의 사전적 정의는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의 동안입니다. 한낮(낮의 한가운데. 곧, 낮 12시를 전후한 때), 낮때(한낮을 중심으로 한 한동안), 낮곁(한낮부터 해가 저물 때까지의 시간을 둘로 나누었을 때 그 전반) 같은 낱말이 생긴 이유입니다.

이미지 확대 해남 땅끝전망대 일출 (DB 자료)

해남 땅끝전망대 일출 (DB 자료)

(해남=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12월 8일 전남 해남군 갈두산 사자봉 땅끝전망대에서 바라본 일출. 흑일도 위로 해가 솟는다. 2021.12.8 zjin@yna.co.kr

벌써 낮이 다 지났습니다. [해거름]입니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는 일. 또는 그런 때'입니다. 한자로는 일몰(日沒), 일모(日暮) 합니다. 해돋이의 반대말 해넘이(해가 막 넘어가는 때), 땅거미(해가 진 뒤 어스레한 상태. 또는 그런 때) 하는 단어는 저녁과 동행합니다. 어둑어둑하다 어느새 어둠이 짙어집니다. 밤입니다. 저녁과 새벽 사이 어중간. 낮의 반대로 밤은 정의됩니다. '해가 져서 어두워진 때부터 다음 날 해가 떠서 밝아지기 전까지의 동안'. 밤낮은 붙어서 늘, 언제나 하는 뜻으로 활용됩니다. 밤낮으로 일했다 / 밤낮없이 공부했다 / 밤낮을 모르고 독서했다 / 며칠 밤낮을 잠만 잤다 / 밤낮 술타령만 했다 하는 식이지요. 하지만 온 하룻밤을 의미하는 온밤은 있지만 온낮은 없습니다. 이 온과 달리 [어스름]은 새벽, 저녁 가리지 않습니다. 새벽 어스름, 저녁 어스름 하고 쓸 수 있습니다. 둘 모두 약간 어둑하다는 뜻을 밝힙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고시월보(2000년 7월) 국어 특별강좌 주요 유형적 어휘 자료 (한교고시학원 전임교수 김재정) 중 '하루의 시간' 부분 인용

2. 표준국어대사전

3.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8월01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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