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장은 여의도에 있다. 국회 의원회관 731호가 사무실이다. 국회의원의 직장이 국회지 무슨 당연한 소리냐고 하겠지만 제주도 국회의원이니 제주에 주로 있겠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국회에서 열심히 일하는데 “제주에 내려왔는데 시간이 되면 잠깐 보자”는 지인의 연락을 받은 적도 여러 번이다.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까지 세 개 상임위원회에 속해 있는지라 각종 회의가 끊이지 않고, 이외에도 여러 세미나와 방송 등의 일정이 있어서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지만 주중에는 주로 서울에 머물며 일한다.
그러면 지역구에는 언제 갈까. 국회 일정이 없으면 지역구로 간다. 작년 말부터 한동안은 비상계엄이다, 탄핵이다 해서 여의도를 떠날 수 없었던 적도 있지만 ‘주중은 국회, 주말은 지역’이 원칙이다. 지역구에도 사무실이 있고 여기에서 회의나 간담회를 하기도 하지만 사무실에 있기보다는 지역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행사장과 현장을 방문할 일이 더 많다. 잠깐씩 짬을 내서 지역구에 다녀올 수 있는 수도권 국회의원들과는 달리 매번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제주 국회의원이라 지역에 있을 때 한 분이라도 더 뵙고 하나라도 더 많은 일정을 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지역구 행사에 도의원은 자주 오는데 국회의원은 잘 안 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도 있지만.
피곤하지 않냐고? 하고 싶었던 일이고 정말 잘하고 싶은 일이기에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고 하고 싶지만 전혀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급한 회의라도 잡히면 하루에 두세 번씩 비행기를 타기도 해서 1년에 평균 100번 이상은 비행기를 탄다. 휴가차 비행기를 탈 때는 몰랐는데 기압 차 때문인지 비행기에서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피곤한 것 같다. 그래도 나를 지지하고 기대해 주는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어려움을 함께 느끼고, 어떤 일을 하는지 말씀도 드리면 아이디어도 생기고 다시 일할 힘을 얻는다.
아쉬움이라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항상 후순위가 된다는 것과 사랑하는 제주의 자연을 온전히 느끼기가 어렵다는 것. 정치를 하기 전에는 고민이 생기면 훌쩍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에 들어가 몇 시간이고 바다를 바라보거나, 오름에 올라 한참을 앉았다가 내려오면 마치 자연이 내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위로해 주는 느낌이 들곤 했다.
여름휴가 시즌이다. 누구나 짧게라도 휴가를 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정치의 과제일 것이다. 해외도 좋지만 제주의 여름은 특히 아름답다. 뜨거운 태양, 에메랄드빛 바다와 깨끗한 파란 하늘 그리고 어디서나 보이는 한라산. 이번 여름휴가는 제주로 오시라. 주말에 오시면 제주 곳곳을 누비는 국회의원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