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목동 재건축 고도제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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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31 17:44 수정2025.07.31 17:44 지면A35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고도 규제는 다양한 목적에 따라 적용된다. 남산·북한산 등은 경관 보호, 경복궁·종묘 같은 문화재는 조망권 확보 차원에서 제한이 걸린다. 국회의사당 일대는 국가 상징성과 위상을 고려해 주변 고층 건축을 막았다. 하지만 국내에 고도 제한이 처음 등장한 것은 이보다 훨씬 앞선 1961년 항공법(현 항공안전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을 반영한 것으로, 항공기 안전 운항을 위해 김포·제주 등 공항 주변 건축물의 고도를 제한한 게 시작이었다.

[천자칼럼] 목동 재건축 고도제한 논란

이 ICAO 기준이 최근 약 70년 만에 개정되면서 김포공항 인근 목동 재건축 단지에 비상이 걸렸다. 새 기준은 8월 4일 발효되고, 각국은 2030년까지 이에 맞게 국내법을 정비해야 한다. 기존에는 공항 활주로 반경 4㎞ 이내 건축물 높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반경 11~13㎞까지 규제 범위를 넓히되, 개별 평가를 통해 45·60·90m 등으로 차등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목동이 속한 양천구는 물론 마포·영등포·부천·김포 등도 새롭게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평가 결과 60m 제한이면 약 17층, 90m면 25~30층 이상 아파트 건설이 어렵다고 한다. 최고 49층 아파트 재건축을 추진 중인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에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기본적인 설계부터 다시 짜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업 지연과 비용 증가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 목동 재건축 연합회는 고도 제한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김포공항 이전까지 요구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그제 급히 목동 6단지를 찾아 “건축 제한이 더 확대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주민들을 달랬다.

하지만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ICAO 기준은 법적 강제력이 없지만, 회원국인 한국은 이를 국내법에 반영해야 한다. 지역별 여건에 따라 규제 폭을 조정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 틀을 바꾸기는 힘들다는 게 정부 안팎의 분위기다. 국제 항공 기준이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목동 재건축이 어떤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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