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당

1 hour ago 1

[이슈프리즘]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당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출범한 13대부터 20대까지 국회는 의석수를 고려해 상임위원장을 배분했다. 15대까지는 다수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차지했지만, 2000년 16대부터는 원내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행이 자리잡았다. 나머지 상임위원장도 의석 비율에 따라 나누는 비례주의 원칙이 유지됐다. 권력 집중을 막기 위해 국회가 마련한 최소한의 자율 규범이었다. 이런 관행은 2020년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앞세워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서 무너졌다. 하지만 일방적인 국회 운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1년 만에 일부 상임위원장을 야당에 돌려줬고,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후반기 국회에서는 법사위원장도 다시 야당에 넘겼다.

법사위는 여느 상임위와 다르다.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체계와 자구를 심사하는 권한을 갖고 있어 사실상 국회 입법 과정의 마지막 관문 역할을 한다. 법사위원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정부 견제와 입법 속도가 크게 달라지는 이유다. 국회의장은 제1당이, 법사위원장은 제2당이 맡는 관행이 생긴 것도 권력 독점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였다.

민주당도 야당 시절에는 이 원칙을 누구보다 강조했다. 그러나 집권당이 되자 입장이 달라졌다. 22대 전반기 국회에서 관례를 깨고 법사위원장을 가져갔고, 검찰청 폐지 법안과 사법개혁 법안,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잇달아 처리했다. 22대 후반기 국회에서도 여야가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한 달 가까이 줄다리기를 했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결국 민주당은 법사위를 포함해 18개 상임위 중 11개 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거머쥔 만큼 2년간 입법 독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 제도 손질까지 추진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소수 당의 합법적인 견제 수단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도 시작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로 종료된다. 실제로는 법안을 막는 제도가 아니라 처리를 하루 늦추는 장치에 가깝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본회의장 재석 의원이 일정 수준 아래로 줄면 필리버스터를 종료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야당 시절에는 적극 활용하던 제도를 다수당이 되자 무력화하려는 셈이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패스트트랙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최장 330일인 처리 기간을 줄여 민생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한다. 명분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법사위원장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야당의 마지막 견제 장치마저 허문다면 국회의 견제와 균형은 사실상 무너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숫자가 많은 쪽이 이기는 제도가 아니다. 다수결은 충분한 토론과 소수 의견에 대한 존중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숫자의 힘으로 반대 의견을 제도 밖으로 밀어내는 것은 다수결이 아니라 패권이다. 우리 정치사는 다수당의 오만과 독선이 결국 민심의 심판으로 돌아온다는 걸 수없이 보여줬다. 민주당 역시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그 경고를 확인했다.

6일 임시국회를 시작으로 22대 후반기 국회가 본격 출범했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내걸고 경제·산업, 삶과 안전, 기후·미래, 국가제도 등 4대 분야에서 67개 핵심 입법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회 운영은 다수당의 일방통행식 결정만으로는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도 “포용과 통합이 여당의 책무”라며 “우리 편 정치로는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민주당이 그 말을 가장 먼저 새겨들어야 한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