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다. 이제 남은 가장 소중한 자원은 청년이다. 그중에서도 의욕과 실력이 넘치는 청년은 나라의 미래를 지켜줄 마지막 보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기득권 카르텔은 아껴 써도 모자랄 청년을 부서뜨려 없애고 있다. 지난해 10월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생을 내려놓은 광주 광산소방서의 젊은 소방관에 대해, 정부 합동점검단은 8개월이 지난 후에야 관련자 17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그동안 유가족은 처절한 절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파행 논란 속에 월드컵 참패를 맞았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배재고의 학생 선수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서로 다른 사건이지만, 기저에는 똑같이 기득권 카르텔의 행동 원칙이 작동하고 있었다. 오로지 자신의 생존만이 목적인.
첫째,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가해 의혹 간부를 익명 신고망 ‘레드휘슬’에 갑질로 신고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죽음 이후에도 갑질 혐의를 받는 당사자인 부서장에게 실무 조사를 맡겼다. 당연히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유가족이 피눈물로 조직 밖에서 호소하고 나서야 비로소 진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처럼 카르텔이 원인 규명을 꺼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과정에서 지들끼리 서로 권한과 이득을 나눠먹던 실태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도 마찬가지다. 협회장은 감독 선임과 관련한 회의 문건이 존재한다는 폭로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나와선 “회의 자체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2년간의 진상 규명 요구를 뭉갰다. 그사이 부서진 것은 꿈의 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4년을 바친 청년 선수들이었다.
둘째, 광주소방은 죽은 이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고인의 상담 기록에서 뽑아낸 몇 줄을 근거로 사망 원인을 ‘남자친구와의 관계 불안’으로 적시했다. 조직의 갑질이 아니라 개인의 연애가 문제였다며 반론할 수 없는 망자에게 죽음의 책임을 지웠다. 그사이 살아 있는 간부들의 갑질은 다섯 달이나 덮였다. 카르텔은 책임자를 내놔야 할 때 언제나 가장 힘없는 자를 고른다. 제 식구를 지키는 것이 존재 이유이고, 약자를 제물로 내놓는 것이 가장 값싼 방어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방치해온 ‘조롱 응원’이 논란이 되자 이틀 만에 배재고 학생에게 몰수패와 6개월 출전정지를 안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역시 약자의 편은 아니다. 경위조사를 통해 잘못의 경중조차 가리지 않았다.
셋째, 광주소방은 고인의 심리상담 기록마저 제 것처럼 다뤘다. 아무런 권한도 없는데 죽은 동료의 기록을 마구 열람했다. 게다가 그 내용이 붙은 공문을 열다섯 개 부서가 돌려 보도록 공개 상태로 띄웠다. 상담 기록은 사람이 가장 약한 순간에 남긴 사적인 고백이다. 본인 동의 없이는 누구도 볼 수 없는 것인데도, 닫힌 울타리 안에선 바깥의 규범이 작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죽은 동료의 마음속까지 ‘우리끼리’ 들여다보며, 밖으로는 한 조각의 진실도 내보내지 않았다. 이 폐쇄성은 분위기가 아니라 카르텔의 생존 전략이다. 외부의 눈을 막아야 담합이 유지된다. 감독을 밀실에서 뽑는 대한축구협회나, 기준 없는 징계를 내리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같은 이치로 문을 걸어 잠갔다. 부패와 불공정은 당연하다. 청년의 희생 역시 당연한 귀결이다.
기득권 카르텔을 부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두 명을 징계하고 비리 몇 건을 색출하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다만 카르텔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담합에 근거한다는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담합을 깰 때의 혜택이 더 크다면 반드시 배신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카르텔이 유지된다면 그것은 배신을 막아주는 폭력과 같은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힘을 빼앗으면 된다. 비리 신고의 접수와 조사는 조직 외부에 맡기고, 의사결정 및 징계의 기준과 기록은 낱낱이 공개하도록 하자. 그리고 책임은 약자가 아니라 지휘한 자와 공모한 자들에게 묻자. 이러면 침묵의 대가는 사라지고 양심의 효익이 커져서, 카르텔은 안에서부터 무너진다. 카르텔이 무너지면 청년은 이것저것 눈치 볼 것 없이 저마다의 수월성과 선량함으로 마음껏 일하고 뛸 수 있을 것이다. 청년에게 그것이 가장 좋은 세상의 모습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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