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란 자칫 한눈팔고 해찰하기 일쑤라서 가끔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문장에 쓰인 해찰은 '마음에 썩 내키지 않아 물건을 부질없이 이것저것 집적거려 해침. 또는 그런 행동'을 뜻합니다. '일에는 마음을 두지 않고 쓸데없이 다른 짓을 함'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해찰한다는 해찰(을) 부린다고 써도 됩니다. ≪일꾼들이 눈을 속이기로 하면, 주인이 하루 종일 지키고 앉아 있는 것도 아닌데, 볼 때만 하는 척하고 안 보이면 해찰을 해 버려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최명희/魂불)라는 소설 속 용례가 있습니다. 음절 '해' 때문에 해태(懈怠. 게으를 해 게으를 태)가 떠오릅니다.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거나 일하기를 싫어하는 태도나 버릇, 어떤 법률 행위를 할 기일을 이유 없이 넘겨 책임을 다하지 아니하는 일, 칠죄종(七罪宗)의 하나로 선행에 게으른 것을 각각 일컬어 해태라고 합니다. 해찰과 함께 익히면 좋을 단어로 보아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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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출판부 한국 현대소설 소설어사전 / 촬영 고형규]
해찰이 애먼 짓이나 게으른 행태 쪽이라면 헤살은 훼방 놓는 짓이나 짓궂은 행태 쪽입니다. 헤살의 사전적 정의가 남의 일이 안 되도록 짓궂게 훼방하는 노릇이니까요. 헤살은 헤살을 놓다, 부리다, 치다 하고 쓸 수 있습니다. 소설 속 용례로는 ≪당신이 못 해 주거든 가만히나 있지 왜 남이 해 준다는 것까지 헤살이오?≫(홍명희/林巨正)가 확인됩니다. 헤살은 물 따위를 젓거나 하여 흩뜨림 또는 그런 짓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쓰이는 것은 흔치 않은 듯합니다. 해찰이나 헤살이나 낱말 자체 뜻으로만 보면 '긍정'보다 '부정' 쪽입니다. 그 부정의 크기로 보자면 헤살은 해찰보다 훨씬 클 테고요. 덧붙여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해찰은 긍정의 의미로도 다가옵니다. 가끔은 일손 놓은 채 없는 시간이라도 쪼개어 멍때리며 해찰하는 것이 더 나은 일을 만들어 내고 삶을 풍요롭게 할 테니까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김정선, 『동사의 맛』, 도서출판 유유, 2018, pp. 199-200. 해찰하다 해살하다 부분
2. 고려대 출판부, 한국 현대소설 소설어사전, 1998
3.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9월29일 05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