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이 키가 크다는 것인지 불분명합니다. 그이일 수도, 그이의 아버지일 수도 있으니까요. 문장 부호가 필요합니다. 쉼표입니다. 키가 큰 쪽이 그이라면 [키가 큰 그이의, 아버지]라고 씁니다. 아버지가 크다면 [키가 큰, 그이의 아버지] 하고요. 사례는 무궁무진합니다. 힘이 센 미국의 대통령 하면 힘이 센 주체가 미국인가요, 도널드 트럼프인가요. 과로로 쓰러진 철수의 아버지 하거나, 부지런한 영희의 어머니 해도 똑같이 중의적입니다. 쉼표로 구별할 수 있게 합니다. 철수인지 아버지인지, 영희인지 어머니인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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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회 홈페이지 캡처
서술어와 마침표를 갖춘 문장의 예도 있습니다. [나는 웃으면서 떠나는 그 사람에게 전화했다.] 여기서 웃는 건 나일까요, 그 사람일까요? 내가 웃는 거라면 '나는 웃으면서, 떠나는 그 사람에게 전화했다.' 합니다. 그 사람이라면 '나는, 웃으면서 떠나는 그 사람에게 전화했다.' 하고요. [나는 철수와 영희를 찾아 나섰다.]도 중의적입니다. 내가 찾아 나선 사람이 철수와 영희 둘일 수 있고, 내가 철수와 함께 찾아 나선 사람이 영희 하나뿐일 수도 있으니까요.
한 국어책은 이런 예문을 듭니다. [장화와 홍련이는 인정사정 보지 않고 싸웠다.] 장화와 홍련이가 서로 으르렁대며 싸웠다는 것인가요? 아니면, 둘이 한 편이 돼 누군가와 씩씩대며 싸웠다는 것인가요? 이 문장만으로는 구별할 수 없습니다. 정확한 글을 쓰려면 몇몇 필요한 것이 있을 겁니다. 중의적 문장 안 쓰기를 그중 하나로 꼽아 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박재역, 『다 쓴 글도 다시 보자』, 글로벌콘텐츠, 2021, pp. 286-287. 예문 인용
2.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9월16일 05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