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내리는 비가 자꾸 오다 말다 하며 자주 내립니다. 이럴 때 뭐라고 표현할까요. 지짐거린다고 합니다. 요즘 익숙한 일상입니다. 지짐거리는 아침이라고 하면 비가 조금씩 오다 말다 하는 아침이라는 뜻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오해를 줄이려면 비가 지짐거리는 아침이라 하여 비를 주어로 쓰면 될 테고요. [지짐거리다]는 [지짐대다], [지짐지짐하다]와 같다는 사실도 기억합니다. 지짐대는 아침이나 지짐지짐하는 아침 출근길에는 확률을 고려하여 우산을 챙깁니다. 낭패를 줄이는 요령입니다. 조금씩 내리는 비가 자꾸 오다 말다 하는 모양을 나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짐지짐] 합니다. '비가 지짐지짐 오는 날이 이어지며 점점 추워질 것이다' 하는 문장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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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 캡처
비가 지짐지짐 오는 날씨가 지속하는 가운데 시나브로 겨울이 오고야 만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이라는 뜻의 [시나브로] 어원에 대해 두 가지 설을 전한 책 일부를 인용합니다. '시(時)나 부(不)로'에서 비롯됐다는 게 하나입니다. 시나는 알맞은 시기이며 부로는 때가 지난 뒤에입니다. '제때이거나 아니거나에 상관없이'라는 의미의 이 말이 시나브로로 바뀌어 굳었다는 설입니다. 다른 하나는 불교에서 시주로 쌀, 금품 따위를 바치는 행위인 시납(施納)에서 유래했다는 설입니다. 개개인이 시주하는 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게 십시일반 모이면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양이 많아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에 쓰인 예를 보며 시나브로를 다시 각인합니다. 갑해는 장터마당 가운데서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배고픔과 근심도 시나브로 사라진다.(김원일/불의 제전) 아침부터 빗방울이 시나브로 떨어지다가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기 시작하였다.(북한 소설/시련 속에서)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엮은이 MBC 아나운서국 우리말 팀 펴낸이 김성실, 『쓰면서도 잘 모르는 생활 속 우리말 나들이』, 시대의창, 2015, p. 191. 지짐거리다
2. 박영수, 『우리말 어휘력 사전』, 도서출판 유유, 2022, pp. 315-316. 시나브로 어원 두 가지 설
3. 고려대 출판부, 한국 현대소설 소설어사전, 1998
4.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0월13일 05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