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좌우명, 자리 오른쪽에 두고 새기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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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공자가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찾습니다. 거기에는 신기한 그릇이 하나 있습니다. 물을 부어도 전혀 새지 않다가 7할 넘게 차면 그제야 몽땅 새버리는 거지요. 밑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도 말입니다. 공자는 환공이 생전에 그 그릇을 책상 오른쪽에 두고서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했다는 말에 감명합니다. 이후 똑같은 그릇을 만들어 책상 오른쪽에 두고 마음을 다스렸지요. 자리(座) 오른쪽(右)에 새긴(銘) 것, 즉 좌우명 어원의 일설입니다. '우'가 든 탓에 좌는 左(왼 좌)이겠거니 하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늘 자리 옆에 갖추어 두고 가르침으로 삼는 말이나 문구'라는 좌우명의 뜻에서 잘못 추론하여 명을 名(이름 명)이라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좌우명은 左右名이 아닙니다. 座右銘이라고 다시 한번 새깁니다.

옛 선현들의 잠명(箴銘)은 우리가 이해하는 좌우명과 비슷한 성격의 글입니다. 그런 글들을 모아놓은 책에서 이규보(李奎報. 1168∼1241)의「思箴(사잠)」을 읽습니다. "내가 갑작스레 일을 처리하고서는 찬찬히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찬찬히 생각한 뒤에 일을 처리했더라면 어찌 화가 따라오겠는가. 내가 불쑥 말을 뱉어놓고 나서는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찬찬히 생각한 뒤에 말을 꺼냈더라면 어찌 욕됨이 따라오겠는가. 생각은 하되 서둘지는 말 것이니 서둘러 생각하면 어긋남이 많아진다. 생각은 하되 너무 깊게 하지는 말 것이니 깊게 하면 의심이 많아진다. 헤아려서 절충해보건대 세 번쯤 생각하는 것이 가장 알맞다." 세 번 생각하라는 게 이규보의 좌우명이었을까요? 우리가 성인으로 추앙하는 저 위 공자님은 노(魯)나라 계문자(季文子)가 늘 세 번 생각하고 행동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합니다. "두 번 생각하면 충분하다(再思可矣)." 헷갈릴 것 없습니다. 오늘부터 '나'의 좌우명은 [최소 두 번은 생각하고 행동하자]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박동욱, 『조선의 좌우명』, 경인문화사, 2023, pp. 66-68. 이규보의 「思箴」 우리말 뜻풀이 인용

2. 장승욱, 『사랑한다 우리말』, 도서출판 하늘연못, 2007, p. 15. 좌우명 어원 부분 참조

3. 유튜브 채널 한자마당, 한자이야기 #813 좌우명의 뜻과 유래를 살펴보겠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_pSLKUeZ1WI&t=587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