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라고 읽는 한자 [自]는 사람의 코를 본뜬 글자입니다. 코가 '자기(나)'가 되고 '스스로'가 되고 '처음'이 되어 사자성어에 단골로 쓰입니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 있습니다. 자기가 저지른 일의 결과를 자기가 받는다는 뜻입니다. 이 말 다음으로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끈으로 자기 몸을 옭아 묶는다는 뜻으로, 자기가 잘못하여 불행을 자초함을 비유적으로 이릅니다. 같은 사람의 언행이 앞뒤가 맞지 않을 때 제격인 말은 자가당착(自家撞着)입니다. 자강불식(自强不息)은 스스로 힘쓰며 쉬지 않는다는 뜻이니 노력을 지속하는 사람에게 어울리고요. 자강불식하며 자격지심(自激之心.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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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고형규]
쓰임이 적고 난도가 높지만, 뜻을 새길 만한 말도 여럿 있습니다. 자아작고(自我作古)는 옛일에 얽매이지 않고 표본이 될 만한 일을 자기부터 처음으로 만들어 낸다는 뜻입니다. 선례가 없다면서 관습에 얽매여 혁신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네 음절입니다. 그나마 그들이 자원자예(自怨自艾. 잘못을 뉘우쳐 다시는 그런 잘못이 없도록 악(惡)을 베어 없앰)라도 하면 좋겠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자수삭발(自手削髮. 자기 손으로 자신의 머리털을 깎음)은 원래 어렵잖아요.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의 자업자득 성찰과 자아작고 혁신, 그게 늘 난제인 건 왜일까요. 그들의 자과부지(自過不知. 자기 잘못을 자기가 알지 못함) 탓? 아니면, 자승지벽(自勝之癖. 자기 스스로 남보다 낫다고 여기는 버릇)이나 자행자지(自行自止. 가고 싶으면 가고 말고 싶으면 맒.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함) 때문? 오늘도 질문은 계속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박수밀, 『한자의 쓸모』, 여름의서재, 2024
2.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
3. 최종희,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2015년 개정판), 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4. 표준국어대사전
5.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9월17일 05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