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주의보는 3시간 강우량이 60㎜ 또는 12시간 강우량이 110㎜ 이상 예상될 때 발효된다는 설명을 보았습니다. 이상(以上)은 모호한 해석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기준점 X 이상이라고 하면 X를 포함합니다. 65세 이상 소비자, 10만원 이상 구매 고객, 만 18세 이상 남녀 하면 각각 65세, 10만원, 만 18세도 포함된다는 것이 우리의 약속임을 강조합니다. 이상이 X를 포함하고 거기에다 그보다 위의 범위를 아우르는 말임을 알았으니 이하는 의미가 쉽게 풀립니다. X를 포함하는 것은 같고, 거기에 그보다 아래의 범위를 가리키는 말이겠거니 하면 틀림없습니다.
X를 포함하지 않으려면 어떤 말을 써야 할까요? 이상에 대해서는 초과를, 이하에 대해서는 미만을 쓰면 됩니다. 현행 소득세법은 연 2천만원까지 금융소득(배당·이자)에 15.4% 세율로 원천징수하지만 2천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해 최고 49.5%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고 합니다. 초과의 의미를 알아야 내 세금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한국 50세 미만 성인의 대장암 발병률이 세계 1위라는 연구 결과 보도도 보입니다. 이때 50세는 포함하지 않은 것임을 알아야 연구 결과를 온전히 이해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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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학기술협의회 제공]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DB 자료 사진)
이전, 이후는 또 어떻습니까. X를 동반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누어 이전만을 봅니다. 이후는 그 반대로 이해하면 되니까요. 악당들이 닥치기 이전에는 / 그들은 결혼하기 이전부터 / 다이어트 시작 이전보다 / 광복 이전 / 지난 대선 이전, 하고 표현합니다. 이전부터 보인 행태였다 / 이전에는 살기 좋았다 / 이전보다 나아졌다, 하고 X 없이 쓸 수도 있고요. 모두 [이제보다 전]이라는 뜻으로, 이전 대신 전만 써도 됩니다. 여기까지는 헷갈릴 게 없습니다. 하지만 이전이 X를 포함한다는 사전 풀이가 문제로 대두합니다. '이전'의 표준국어대사전 둘째 풀이는 [기준이 되는 때를 포함하여 그보다 앞]입니다. 기준이 되는 때를 포함하고 여기에 더해 그보다 앞선 시간적 범위까지 이른다는 의미로 썼다고 받아들여지지만 국어답지 않은 해설입니다. X를 포함한다는 낱말의 쓰임 정의만큼이나 뜻풀이 문장 자체도 흐리멍덩합니다.
예문으로 확인합니다. 모레 이전까지 과업을 이루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모레에 이뤄도 명령을 이행한 것 맞을까요 아닐까요? 8월 15일 이전에 그 물건값이 지금의 두 배가 될 거라는 예측이 나돕니다. 만일 8월 15일 돼서야 두 배로 올랐다면 이 예상은 적중한 것일까요 아닐까요? "내일 이전에 네 사무실에 꼭 들를게" 하고 친구가 말합니다. 내일 들른다면 이 친구는 약속을 지킨 것일까요 아닐까요? 기준점을 포함하느니 마느니 시비할 일이 아닐 듯합니다. 애초 오인되지 않게 쓰는 게 바람직합니다. (늦어도) 내일까지 이뤄라, 8월 14일까지 두 배가 된다, 오늘 안에 들른다, 하고요. 이후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리 해설될 여지를 없애는 게 좋겠습니다. 물론 가끔은 여지를 두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주말 이후에 방 청소 꼭 할게요" 하고 말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이전과 전은 다른 의미일까요? - https://m.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309265&pageIndex=1&searchCondition=&searchKeyword=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3.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23일 05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