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동해안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입지로 주목받는다. 풍부한 전력이 강점으로 법적 미비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민간 발전사 강릉에코파워는 국내 한 대기업그룹과 강릉에 하이퍼스케일급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안을 협의하고 있다. 전력 부족으로 AI 연구 수행 등에 어려움을 겪는 서울대 역시 동해안 일대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을 타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부지로 강원 동해안이 주목받는 것은 풍부한 전력을 즉시 수급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전기사업법 개정 후 송전망이 부족해 전기를 수송하지 못하는 '송전제약발생지역 전기공급사업자'는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전기를 수요처에 직접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강릉에코파워, GS동해전력, 삼척블루파워 등 강원 동해안 일대 석탄화력발전소가 이에 해당한다. 국가 전력계통 현황도에 따르면 동해안 일대의 전체 설비(발전) 용량은 약 17기가와트(GW)지만, 송전설비 용량은 약 11기가와트에 그친다.
전력 수요처인 AI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진다. AI 데이터센터는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고성능 연산을 처리하기 위해 수십 메가와트(㎿) 이상 규모로 설계된다. 그러나 10메가와트 이상 전력을 사용하는 사업자가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기 위해선 '전력계통영향평가'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를 면제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법적 미비로 인해 강원 동해안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은 본격화하지 못 하는 실정이다. 관련 법이 지난해 2월 개정됐음에도, 이에 대한 세부 운영 기준을 명시하는 고시가 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련 고시가 마련돼야만 송전제약발생지역 잉여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대형 수요처를 유치할 기반이 생긴다”며 “산업통상자원부 측과 지난해부터 수 차례 간담회를 가졌지만, 고시 제정이 지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장은 미국과 관세 협상을 잘 마무리한 후, 절차를 거쳐 이르면 오는 10월 고시가 제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고시를 제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