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이 맞을까요? 둘 다 쓸 수 있습니다. 옷이나 이부자리 따위를 겹치거나 접어서 단정하게 포개는 것을 두고 갠다고 하거나 개킨다고 합니다. 혹여 빨래는 못한다 해도 빤 옷 개(키)기라도 잘해야 사랑받을 자격이 있음을 잊지 맙시다. [개키다]는 이 쓰임에 머물지만 [개다]는 다른 뜻으로도 쓰입니다. 흐리거나 궂은 날씨가 맑아질 때 갠다고 하잖아요. 날이 말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을 드러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언짢거나 우울한 마음이 개운하고 홀가분해질 때도 개다를 비유적으로 씁니다. 기분이 갠다거나 마음이 갠다고 하지요. 가루나 덩이진 것에 물이나 기름 따위를 쳐서 서로 섞이거나 풀어지도록 으깨거나 이기는 것을 갠다고도 하고요. 떡밥을 개고 환약을 찬물에 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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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고형규]
흐리거나 궂은 날씨가 맑아짐을 표현할 땐 갠다고 하면 되는데도 개인다고 하는 경우를 봅니다. 잘못입니다. 피동 접사 '-이'를 불필요하게 덧붙였으니까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에 나오는 아리아(Un Bel Di, Vedremo)를 '어떤(어느) 개인 날'로 소개하는 글이 보입니다. 개다를 활용한대도 [개인]은 [갠]으로 고쳐 쓰는 게 맞습니다. 설렌다 하면 되는 것을 설레인다 하는 이들도 이따금 만납니다. 가라앉지 않고 들떠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설렌다, 설렘]보다 [설레인다, 설레임]이 잘 담아내고 있다고 보는 것일까요? 아니면, 모회사 아이스크림 제품명의 영향을 받아서일까요? 말법도 법이라면 법입니다. <활짝 개인 어느 날, 그이와 놀러 갈 생각에 벌써 설레인다>는 <활짝 갠 어느 날, 그이와 놀러 갈 생각에 벌써 설렌다>로 바로잡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김정선, 『동사의 맛』, 도서출판 유유, 2018, p. 40. 개다 개키다
2.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0월15일 05시55분 송고